사설
[사설] 오세훈표 재개발, 강남북 주거격차 해소 기대
뉴스종합| 2021-05-27 11:10

‘집값 잡을 무기는 공급’이라고 강조해온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주거정비지수제 폐지, 재개발 해제구역 중 노후지 신규 지정, 주민 동의 절차 간소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재개발 규제부터 먼저 풀어서 2025년까지 13만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11만가구까지 합치면 모두 24만가구를 향후 5년 안에 만들어내겠다는 청사진이다.

이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15년 도입한 주거정비지수제를 6년 만에 폐지한 것이다. 건물노후도, 주민동의율 등의 항목을 점수화해 일정 점수(70점)를 넘어야 재개발 사업을 신청할 수 있게 한 것인데, 노후 건물 연면적이 전체의 60% 이상 돼야 한다는 항목이 ‘대못 규제’로 꼽혔다. 노후 주거지에 신축 빌라가 몇 동만 들어서도 전체 면적에서 노후 건물 면적의 비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이다. 이 제도 이후 6년간 재개발구역 신규 지정이 단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박 전 시장은 서울 강남북 주거 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된 ‘이명박의 강북뉴타운 개발’을 원주민과 세입자를 내쫓는 폭력적 방식이라 규정하고 방향을 도시재생 쪽으로 틀었다. 뉴타운은 당시 금융위기 후폭풍으로 더욱 위축됐다. 해제된 뉴타운 316곳 중 절반 이상이 슬럼화되면서 이후 10년간 강남과의 주거 격차는 더 벌어졌고 강북에서도 뉴타운-비뉴타운 지역 간 주거환경 격차가 커졌다. ‘마래푸(마포래미안푸르지오)’가 들어선 아현동은 강북의 인기 주거지역이 됐고 길음·왕십리·가재울도 선호도가 높아졌다. 반면 뉴타운에서 해제된 뒤 ‘담벼락 벽화’마을이 된 종로구 창신동 등은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다. 오세훈표 재개발을 ‘강북 뉴타운 2.0’으로 보는 것은 이 같은 문제점을 해소해 달라 는 당부다.

뉴타운 등 대규모 재개발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강북 곳곳에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양질의 주거지가 들어서고 강남에서 시작된 서울 집값 불안이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울시 의회에 따르면 2012~2018년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다가 취소된 지역에 공급할 수 있는 아파트는 24만8000여가구에 달한다. 올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총량(약 127만7000가구)의 약 20%다.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주도 재개발과의 주도권 싸움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오히려 상호보완적이다. 자체 사업성이 충분한 곳은 민간개발을 활성화해주고, 수익성이 부족하지만 서민 주거안정 차원에서 꼭 필요한 곳은 공공재개발로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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