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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광장] 가상자산 광풍은 현실사회의 어두운 그림자
라이프| 2021-05-28 11:27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중국이 가상화폐 거래 금지와 채굴 금지를 선언했고, 미국에서도 거래신고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비트코인으로 자사 자동차를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말에 가격이 폭등했다가 그후 채굴 방식이 환경 문제를 일으켜 결제를 못한다고 하자 급락했다. 이런 현상은 가상화폐의 불안정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젊은이들이 잠도 못 자고 가상화폐시장의 변화만 보고 있다고 하니,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상화폐에 대한 전망은 극단적으로 나뉜다. 미래 사회의 화폐로서 투자가치가 크다는 주장에서부터 말 그대로 가상화폐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것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이러한 논란에도 20~30대를 중심으로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든 사람이 약 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국민의 10명 중 1명은 가상화폐시장에 관련돼 있다는 얘기다.

가상화폐란 말 그대로 실물이 없는 특정한 가상공간에서 사용되는 전자화폐를 말하는데, 이러한 가상화폐가 실제 화폐로서 역할하려면 실물 화폐와 같이 기능을 가져야 한다. 교환 수단으로서의 기능,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 지불 수단으로서의 기능 등일 것이다. 이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이 있는지’인데, 과연 가상화폐에는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잠재력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오늘날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젊은 층은 이러한 잠재력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투자에 뛰어들고 있는 것일까?

물론 가상화폐는 그 총량이 한정돼 있다고 하니, ‘유한함’으로 인해 가치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고유한 표식을 부과한 jpg파일이 783억원에 낙찰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유한한 재화는 높은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은 이러한 ‘유한함’ 외에는 각 코인의 고유 가치를 평가할 만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가상화폐의 특징이다. 따라서 가상화폐 투자자 상당수가 코인의 가치에 대한 합리적인 평가가 아닌 앞으로 지불 수단으로서의 가능성에 대한 믿음, 가치 상승에 대한 믿음만을 바탕으로 투자에 임하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가상화폐에 대한 태도’를 조사한 가가리나(2019년)의 연구에 의하면, 정부에 대한 신뢰성이 없을 때 가상화폐에 대한 믿음이 더 강하다고 한다. 또한 체감되는 사회 불평등이 심할수록 구성원이 고수익·고위험 투자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즉 계층이 고착화되고 채용·입시비리 등의 이슈가 터지면서 많은 젊은 층이 현재 한국 사회에 더는 희망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박탈감과 분노가 가상화폐에 대한 희망적 믿음으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생에서는 아파트를 가질 수 없다는 절망감,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이 어려운 도랑을 벗어날 수 없는 가재와 붕어 신세들, 내로남불의 공정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절망감이 가상화폐시장에 뛰어들어 현실을 만회해보고자 하는 공격적인 투자심리를 이끌어냈을 것이다. 결국 가상화폐의 광풍은 현실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닐까.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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