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의 한 건물에서 바라본 서울 용산구 후암동의 재개발 추진 지역과 강남 일대의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도심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정비사업 추진에 뜻을 같이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추진 방식을 둘러싸고는 미묘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공공재개발을 추진 중인 가운데 서울시가 민간 방식에 방점을 둔 재개발 활성화에 나선 것이다.
정부와 서울시는 “주택 공급 확대라는 목표 아래 공공 개발과 민간 개발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선을 그었으나 정부와 서울시 간의 정책 엇박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한 분위기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한 뒤 민간재개발 사업 추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6일 주거정비지수제를 폐지하고 공공기획 도입을 통해 정비구역 지정기간을 단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재개발 관련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 문턱을 대폭 낮춰 속도감 있게 재개발을 추진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다만 서울시의 이번 규제 완화로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재개발 사업 추진이 한결 쉬워진 만큼 사업 방식을 공공에서 민간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공공재개발 후보지에선 민간개발 추진 여지가 생겼으니 수익성을 다시 따져 사업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 도입하기로 한 공공기획은 사전타당성 조사부터 정비계획 수립까지 서울시가 주도해 재개발 추진 속도를 높이는 제도다. 공공재개발은 물론 민간재개발도 사업 초기 단계부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빠르게 통과하도록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계획이다. 모든 사업에 공공기획이 적용되면 ‘속도’를 강조해온 공공재개발의 메리트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여기에 민간재개발의 길이 열릴 경우 인센티브가 있더라도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그만큼 늘려야 하는 공공 방식을 선택할 이유도 적어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공공개발과 민간개발 간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 정부와 서울시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주민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이들은 설명한다. 입지 여건이나 토지주 의견 등에 따라 공공개발이 적합한 곳은 공공개발을, 민간개발이 적합한 곳은 민간개발을 각각 진행하게 될 것으로 봤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공재개발과 민간재개발은 상호 보완하고 경쟁하는 관계”라며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선택이 이뤄지며 신규 주택공급의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도 “두 방식은 경쟁관계에 있지 않다”며 “공공 주도 개발이든 민간 사업이든 공공성을 확보하면서 투기도 막을 수 있는 개발방식으로 주택 공급을 확충할 수 있으면 환영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도 두 사업방식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결국 선택은 주민이 하는 것”이라며 “토지 소유주가 지역에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구도가 됐으니 정부와 서울시가 충돌하기보다는 주민 선택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어느 한쪽이 활성화되면 다른 한쪽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공공’을, 서울시는 ‘민간’을 각각 강조하고 있는 만큼 경쟁 구도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개발 방식을 둘러싼 주민 간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들여다보면 정부는 공공 방식을 고집하고 있고 서울시는 민간 주도로 방향을 정한 것 아니냐”면서 “누가 주도권을 쥘 것이냐는 불필요한 논쟁을 하기보다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하고 조율하며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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