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한미동맹 떠받친 기업 靑 회동, 文대통령이 화답할 차례
뉴스종합| 2021-05-31 11:36

5·21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 도중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 등 6명의 한국 기업인을 일으켜 세운 뒤 박수를 유도한 순간이다. “394억달러(약 44조원) 투자를 삼성, SK, 현대차, LG 등에서 약속해줬다”며 “생큐”를 세 차례 연발했다. 문 대통령이 이번주 4대그룹 총수들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간담회를 하기로 한 것은 한·미 동맹을 떠받친 기업들에 감사의 뜻을 표시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문 대통령이 취임 후 4대그룹 총수와 별도로 식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듯 문재인 정부는 그간 기업들을 경제성장의 주역이 아니라 양극화와 공정한 분배의 적으로 몰아세웠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를 비롯해 기업규제3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투자와 성장의 발목을 잡는 정책과 입법이 이어지면서 ‘질식 환경’을 피하려는 국내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급증 추세다.

반기업정책·정서가 만연한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성장과 혁신을 거듭하며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부문에서 글로벌 톱티어 반열에 오른 것은 역설적이다. 규제 리스크가 큰 한국에 생산과 수익 기반을 뒀다가는 낭패를 볼 우려가 크므로 매출구조를 글로벌화하는 전략을 펴온 게 적중한 것이다.

국내에서 박해받던 기업들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환대를 끌어내고 외교·안보와 경제 협력의 차원을 레벨업하는 일등공신 역할을 해내자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도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한국리서치 등 4사 공동)에서도 성장과 분배 중 더 중요한 것으로 성장(60%)이 분배(3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현 정부 출범 당시엔 분배(63%)가 성장(31%)의 두 배였지만 민심이 정반대로 바뀐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런 국민적 요구를 반영해 성장의 주역인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더 선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지금 글로벌 국가들은 정부와 기업 협력 강화가 대세다. 대만 정부는 TSMC에 전폭적 지원을 해 세계적 기업으로 육성했다. 최근 극심한 가뭄에도 벼농사에 쓸 물까지 끌어다 TSMC를 지원할 정도다. 그렇게 성장한 기업이 세계 최강국인 미국을 움직이는 지렛대 역할을 해내고 있다. 중국의 압력에도 당당히 맞서며 ‘기술 주권’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주력 산업을 지원하는 우리의 민관 총력전도 이에 못지않아야 한다. 문 대통령과 4개그룹 총수의 회동이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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