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다주택자 매물잠김 현실로...퇴로 없으니 그럴 수밖에
뉴스종합| 2021-06-01 11:19

이달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0.6~3.2%→1.2~6.0%)와 양도소득세(최고세율 65→75%)가 크게 오르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가 올해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의 주택 증여 건수는 3039건으로 올해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부동산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에 대해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세를 모두 올리는 중과세 3종 세트를 내놨는데,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해 양도세 중과를 1년 가까이 유예했다. 세금이 더 오르기 전에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쏟아내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기대한 것인데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서울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는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이 매도보다는 증여나 계속 보유하는 쪽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주택자들이 매매 대신 증여를 택하며 ‘버티기 모드’에 들어가면서 서울에선 아파트 ‘거래 절벽’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4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4194건으로, 한 달 전보다 6.7% 감소했다. 올해 1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세이자, 지난해 4월(3699건)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다주택자의 매물잠김에 오세훈표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모드가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KB국민은행)는 1년 만에 2억원 넘게 올라 11억2374만원을 찍었다. 수도권은 7개월 만에 1억원 가까이 올라 6억9651만원으로, 7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계가 됐든, 기업이 됐든 경제 주체들은 모두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마련이다. 양도세율 75%는 투자 원본을 훼손할 정도로 징벌적이다. 보유세가 감당 안 돼 팔고 싶어도 퇴로가 막힌 상황에서 다주택자들은 내년 대선에 따른 선심성 규제 완화를 기대하며 버티거나, 배우자·자녀 증여와 같은 우회로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늘어난 세 부담은 세입자에게 전가되니 결국 피해는 중산층·서민이 입게 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의 부동산 세금을 보면 대개 보유세가 비싸면 거래세가 싸고, 거래세가 비싸면 보유세가 싸다. 한국은 보유세와 거래세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8년에 이미 부동산 보유세·거래세 합산 세수가 GDP의 2.9%로, OECD 평균(1.6%)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런 까닭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도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민심을 살피겠다며 세제 개편에 착수했지만 강경파에 휘둘려 두 달이 다 되도록 개선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경제 현상을 두고 아직도 이념에 사로잡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이분법으로 보는 퇴행적 사고로는 주택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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