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운항 중인 여객선에 포탄 ‘꽝’...총체적 기강해이 아닌가
뉴스종합| 2021-06-02 11:41

정기 항로를 따라 운항 중인 여객선에 예고도 없이 포탄이 떨어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1일 오후 2시30분쯤 울릉 사동항 남서쪽 24㎞ 해상에서 일어났다. 사동을 출발해 포항으로 향하던 여객선 ‘우리누리호’ 주변에 포탄 4발이 잇따라 날아든 것이다. 그중 일부는 여객선과 불과 100m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바로 뒤에는 같은 항로를 이용하는 여객선 ‘썬라이즈호’가 따라오고 있었다. 당시 우리누리호에는 166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타고 있었다고 한다. 배가 조금만 빠르거나 늦어져 포탄이 여객선에 바로 떨어졌다면 어떻게 됐겠는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당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승객들은 “전쟁이 난 줄 알았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고 한다. 백주에 사방에서 치솟는 포탄 물기둥을 목격했으니 당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경위를 보면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기강해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문제의 포탄은 한 조선사에서 건조한 함정을 해군에 인도하는 과정에서 발사됐다. 통상 해상에서 사격 훈련을 할 경우 한 달 전쯤 여객선사에 이를 통보하게 된다. 하지만 이날 사고 해역을 관장하는 해군 1함대 측은 여객선사에 어떠한 사전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더 한심한 일은 해군 등 군 관계자가 탑승했음에도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아무리 시험발사라 하더라도 군과 조선사가 함께 주변 선박을 통제하고 안전을 100% 확보하는 건 상식이 아닌가. 그런데 해당 해역을 관장하는 해군 1함대는 조선사가 건조 함정에서 포탄을 발사했는지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민간 여객선이 다니는 항로인 줄 뻔히 알면서 사격시험을 꼭 해야 했는지도 의문이다. 해당 조선사 측은 “모든 선박이 청취할 수 있는 통합 무전기(VHF)로 이 사실을 알렸기에 해당 선박도 사격 사실을 접수했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억지스럽고 무책임하다. 통신을 보냈으면 회신을 확인하고 시험에 나서는 게 정상이다. 여객선사도 이번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조선사에서 보낸 무선 통신을 받고도 운항을 강행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관계 당국은 이번 사고의 전말을 소상히 파악해 책임자를 엄중 처벌하고 보완대책을 철저히 마련해야 한다. 시험발사든, 훈련이든 형태의 사격은 완벽한 통제하에 진행돼야 한다. 이번 사고가 우리 사회의 안전 의식을 거듭 다지는 반면교사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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