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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쳐 쿠팡 타도!” 배달의민족, 배달대행사와 손잡는다
뉴스종합| 2021-06-02 20:02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배달의민족이 한 번의 한 집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배달대행사에 손을 내밀었다. 단건 배달을 가장 먼저 선보였던 쿠팡이츠가 배달기사 부족으로 주문을 제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2일 배달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B마트 배달 업무를 외부 배달대행사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B마트 배달은 배민 자체 배달대행사인 ‘배민라이더스’와 일반인 아르바이트 배달기사인 ‘배민커넥트’에 의해서만 이뤄지는데, 앞으로는 배달대행사에게도 업무를 맡기겠다는 것이다.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등 주요 대행사와 단가 등 협의를 진행 중이며, 최종적으로 이 중 한 곳을 택할 것으로 전해졌다.

비마트 이미지 [우아한형제들]

배민이 배달대행사에 손을 내민 것은 오는 8일부터 선보일 단건 배달 서비스 ‘배민1(one)’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한 번에 여러 집의 배달을 묶어 처리했던 기존 방식에 비해, 단건 배달 서비스는 같은 양의 주문을 같은 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 수배 많은 배달기사가 필요하다. 특히 기사들이 ‘묶음 배달’을 못하도록 통제해야 하기 때문에, 외부 배달대행사가 아닌 자체 배달 인력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배달대행사와의 협력을 통해 배민라이더스와 배민커넥트의 노동력을 최대한 배민1으로 몰아주겠다는 셈법이 깔린 셈이다.

업계 내에서는 배민과 배달대행사의 협력이 B마트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행사에 배민1 업무까지 맡기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한 배달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에 배달 인력을 뺏기고 있는 대행사 입장에서도 배민과 손잡고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제3자인 대행사에 단건 배달을 강제하기는 어렵겠지만, 배민1 콜을 받을 때에 한해 감독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방법이 없지는 않다는 설명이다.

배민이 배달기사 확보에 사활을 거는 것은, 보다 먼저 단건 배달 서비스를 내놨던 쿠팡이츠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쿠팡이츠는 지난 2019년부터 단건 배달을 시작하며 ‘빠른 배달’로 시장점유율을 급격하게 높였다. 이전까지 1시간가량 걸리던 배달시간이 20~30분 내로 확 줄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경쟁사보다 2배 이상 빠른 속도였다.

지난 주말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 배달 주문이 밀려 쌓여 있다. 빠른 배달이 장점이었던 쿠팡이츠에서 라이더 수급이 되지 않아 1시간 가까이 주문이 밀리는 ‘대란’이 발생했다. [독자 제공]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배달 기사 수가 고객이 늘어나는 것만큼 늘어나지 않아, 자영업자들을 중심으로 “쿠팡이츠가 느려지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악천후가 계속됐던 지난 주말, 평소에도 주문 수요가 많아 기사가 부족한 서울 강남, 서초 등 지역에서는 주문 취소 사례가 속출했다. 조리가 완료됐는데도 1시간 가까이 배달 기사가 배정되지 않자, 음식을 모조리 버리거나 주말 저녁 배달 장사를 아예 접은 사례까지 전해진다.

또 다른 배달업계 관계자는 “단건 배달에 있어서는 배민이 후발주자인데, 서비스 론칭 초기에 쿠팡보다 나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점유율 격차는 더 빨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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