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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신사 대리점 3곳 운영 주인, 수십명 고객 명의도용 후 잠적 [촉!]
뉴스종합| 2021-06-08 10:21
휴대전화 사기 관련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서울 서대문구와 은평구에서 통신사 대리점 3곳을 운영하던 한 남성이 고객 수십명의 명의를 무단으로 도용한 뒤 잠적해 수억원대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와 은평경찰서는 피해자들의 신고를 접수하고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8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서대문서와 은평서는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과 은평구 구산동·역촌동 등 3곳에서 대리점을 운영하던 A씨에게 불법으로 명의가 도용된 이들의 고소나 신고를 접수해 수사 중이다. 피해자들은 A씨에 대해 사기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혐의 등으로 고소를 진행하거나 관련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내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밝힐 순 없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피해자 B씨 역시 최근 A씨를 고소했다. 그는 A씨가 운영하던 매장 한 곳을 가족과 수년간 이용한 단골이다. 그러던 중 지난해 A씨가 B씨에게 “대리점의 고객 유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해서 그러는데 휴대전화 명의 번호를 하나만 추가로 개통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B씨는 A씨의 이야기를 듣고 잠시 망설였으나 그간의 관계를 믿고 이를 허락했다. 당시 A씨는 B씨에게 “몇 개월 동안 직접 대금을 납부하고 해지하겠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한다.

서울 서대문경찰서. [연합]

그런데 올해 2월 초 B씨는 난데없는 채권추심 알림문자를 받게 된다. “통신요금이 밀렸다”며 이를 독촉하는 문자에 놀란 B씨는 A씨에게 상황을 알렸고, 이에 A씨는 다시 “걱정하지 마라. 연체금을 내겠다”고 알렸다. 그러나 그는 이후 올해 3월부터 아예 대금을 납부하지 않고 B씨의 연락도 받지 않은 채 잠적했다.

놀란 B씨는 자신 명의로 번호가 총 2개인 것을 확인한 뒤 자신이 사인하지 않은 사문서가 추가로 위조돼 알지도 못했던 총 4개의 통신기기가 개통된 것을 확인했다. B씨가 들어본 적도 없는 170만원 상당의 ‘아이폰’, 120만원 상당의 ‘갤럭시’ 등의 휴대전화가 등록돼 있었다.

B씨는 통신기기들이 새로 개통될 당시 어떠한 알림문자나 확인전화도 못 받았다고 한다. 새로 개통된 기기의 요금청구서 역시 A씨의 e-메일로 수신되게 설정돼 채권추심 문자가 오기 전까지는 요금 납부 현황도 전혀 알지 못했다. B씨는 최근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며 황망한 표정을 지었다.

B씨는 “당장 통신요금 미납에 따른 신용불량 위기를 피하기 위해 채권추심금액 270만원가량을 납부했다”고 밝혔다. 그도 지난 5월 말 서대문서에 A씨를 사기죄,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아울러 A씨로 인해 입은 손해액을 480만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최근 민사소송 소장도 제출했다.

서울 은평경찰서. [연합]

특히 A씨가 소유했던 대리점 중 한 곳에만 피해 접수를 위해 찾아온 인원이 7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대리점 관계자는 “명의도용을 신고하는 사람들에게 경찰서에 가서 이를 접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했다. 신고 인원이 모두 피해를 봤다고 가정할 때 전체 피해액이 수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통신사 관계자도 “해당 대리점의 고객 피해를 파악 중이며 고객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규정 내에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헤럴드경제는 사실 확인을 위해 A씨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음성만 들을 수 있었다.

한편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간 휴대전화 명의도용 접수 건수는 3만5017건이며, 이 중 7029건이 실제 명의도용을 했다. 이 기간 총 피해액은 약 69억3100만원으로 확인됐다. 1인당 피해금액은 2016년 82만원 수준이었으나 2019년 117만원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인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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