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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이용자의 행복한 놀이터...“넥스트 커머스 꿈꾼다” [헤경이 만난 인물-강석훈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대표이사]
뉴스종합| 2021-06-21 11:27
‘에이블리는 한국서 가장 빠르게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플랫폼’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강석훈 대표. 그는 승자 독식의 구조에서 탈피 “다양한 취향을 가진 판매자들이 다양한 이용자를 만나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이상섭 기자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데이터가 쌓이고 있는 플랫폼 중 하나가 바로 에이블리입니다.”

지난 5월 서울 강남구 에이블리코퍼레이션 본사에서 만난 강석훈 에이블리 대표는 회사를 소개할 때 ‘빠른 속도로 쌓이고 있는 데이터’를 5번이나 강조했다. 그가 2018년 창업한 에이블리는 국내 최초 ‘셀럽 마켓 모음앱’이자 ‘인공지능(AI) 추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패션 플랫폼이다. 20·30대 여성을 공략하는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브랜디·W컨셉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여성 패션 플랫폼은 현재 절대 강자가 없는 만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자사만의 경쟁력을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개인 판매자가 1만6000여명 정도로 경쟁사 대비 판매자 수가 3배가량 높다”며 “결국 경쟁력은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판매자와 상품 수가 많은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그 상품들을 개인화 서비스로 소비자들과 잘 연결짓는 것이다”고 말했다.

강 대표가 경쟁력이라 답한 개인 판매자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많다. 플랫폼에 판매자들이 무분별하게 입점할 경우 생기는 문제들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강 대표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판매자를 제한하는 식은) 옛날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건 다르다”며 “우리가 가져야 할 기준은 아무나 받고 싶지 않아요가 아니라 최대한 많이 받되, 규칙을 지키지 않는 판매자를 제한하는 방식이 낫지 않나. 그 방식이 플랫폼의 미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꼽은 개인화 서비스는 왓챠 공동 창업자 출신이기도 한 강 대표의 오랜 관심사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 역시 개인화된 추천 기술로 이용자를 모으며 거대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강 대표는 “왓챠와 에이블리랑 토대는 비슷하다”며 “왓챠가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연결한다면, 에이블리는 메가브랜드가 아니더라도 사용자가 좋아하는 판매자를 연결한다”고 설명했다.

두 가지 강점을 결합하면 강 대표가 그리는 에이블리 시스템 ‘넥스트 커머스’가 완성된다. 판매자는 플랫폼을 활용해 본인만의 스타일 상품을 소싱하여 전자상거래를 창업하고, 이용자는 본인의 개성을 가장 잘 이해하고 맞춤형 상품을 추천받아 구매한다.

그는 “앱스토어가 없었다면 제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더라도 에이블리를 창업하기 힘들었겠죠. 앱을 유통할 곳이 없으니까요. 넥스트 커머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창업의 기회를 얻고 쉽고 재미있게 운영하는 걸 꿈꾸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그가 설명하는 넥스트 커머스 시장에는 승자독식이란 없다.

강 대표는 “대부분 플랫폼들은 20%의 판매자들이 실적 80%를 차지한다”며 “에이블리는 이런 생태계를 추구하지 않는다. 다양한 취향을 가진 판매자들이 다양한 이용자를 만나는 게 목표다. 개인화 추천 서비스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고 말했다.

개인화 서비스를 바탕으로 에이블리는 출시 3년 만에 연 거래액 3800억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카카오로부터 인수제안을 받기도 했다. 향후 인수합병 가능성에 대해 그는 “인수합병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 건 아니다”며 “하지만 최고의 선택은 아닌 것 같다. 상장이나 투자유치 등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가면서 깊이 있게 고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가 처음부터 창업에 관심 많았던 건 아니다. 그는 자신을 “창업보다는 시스템 만들기에 관심 많았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표는 “대학 시절(그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다니다 재적됐다) 행정고시를 봐서 국가 정책을 만들까, 컨설팅 회사에 취업해서 기업 전략에 영향을 줄까 고민하다 스타트업 창업이 시스템을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걸 깨닫고 사업에 매진하고 있죠”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창업 전 다양한 회사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풍부한 사회 경험은 회사 운영 철학을 세우는데도 도움을 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사결정방식이다. 그는 첫 번째 창업 때 전원합의가 가장 바람직한 의사결정방식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강 대표는 “전원합의가 다른 사람들한테 책임을 미루는 방식은 아닐까 생각했다”며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해서 최종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지는 사람이 대표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리더는 자발적 왕따가 되어야 한다”며 “회사원 시절, 회식같은 사적 모임이 사기 진작에 도움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지 사적 모임을 만들어 직원들과 친해지기 보다 업무 시간에 그 사람이 행복하게 일하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오늘 새로운 사원이 와서 그런지 자꾸 회의 장면을 보게된다”며 인터뷰 중에도 직원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강 대표가 구상하고 있는 향후 계획 중 하나는 ‘오프라인 쇼룸’이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오픈시기는 잠정 미정인 상태이나, 전국 주요 번화가에 쇼룸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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