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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 간첩조작 사건’ 北이탈주민센터 탈바꿈…박지원 “인권침해 사례 전무”
뉴스종합| 2021-06-23 18:32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국가정보원이 과거 탈북민을 간첩으로 몰기 위해 증거를 조작해 파문을 일으킨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보호센터는 수사기능을 타 수사기관에 이첩해 조사와 수사기능을 분리하고, 인권보호를 위한 법률서비스를 구체화했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에 있는 조사실에서 기자단에게 시설현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헤럴드DB]

박지원 국정원장은 23일 보호센터에서 취재진과 만나 “2014년부터 올해까지 보호센터에서 조사받은 7600여명 중 인권을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인권침해가 확인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보호센터의 인권기능 강화가 간첩적발을 어렵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도 있지만, 보호센터는 국정원이 보유하거나 확보한 자체 데이터베이스(DB)나 각종 정보를 활용해 과학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시흥 소재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는 과거 중앙합동신문센터로 불렸다. 탈북민이 한국에 오자마자 접하게 되는 조사‧수용시설이다. 센터는 갓 입국한 탈북민의 탈북배경을 조사해 보호대상인지 여부를 판단하다. 정착금 지원을 노린 탈북민을 가장한 외국인도 이곳 보호센터에서 걸러진다. 탈북민이 처음으로 접하는 ‘남한’의 모습이기에 보호센터는 탈북자들의 ‘고향’이라고도 불린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23일 경기 시흥에 소재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 내 조사실을 기자단과 함께 둘러보고 있다. [연합]

하지만 지난 2013년 이른바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으로 합신센터는 유씨의 동생 가려씨에게 강압과 폭행을 가해 오빠 유씨가 간첩이라는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박 원장은 “아직 일부에선 과거 간첩조작 사건을 떠올리며 보호센터를 평가한다는 것을 잘 안다”며 “국정원 창설 60주년을 맞아 보호센터가 과거를 딛고 미래로 가고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보여드리기 위해 시설을 공개했다”고 했다.

보호센터는 일반인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국가보안시설이다. 법적으로는 국가보안목표시설 ‘가’급에 속한다. 다만 간첩조작사건으로 센터는 지난 2014년에 한차례 공개됐다. 이번 공개는 7년 만에 이뤄진 것이다.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생활용품지원실 전경. [헤럴드DB]

기자들이 센터에 들어가 처음으로 접한 곳은 바로 ‘입소실’이었다. 갓 입국한 탈북민들이 소지품 확인을 하고 개인적인 신상정보를 확인하는 곳이다. 법률에 따라 센터는 탈북민이 소지하고 있는 북한산 의약품과 담배, 주머니칼 등 금속류 등을 모두 수거하고 있었다. 서적도 국내법상으로 반입이 금지된 책은 수거된다. 물론 센터는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맞춤형 의료서비스와 처방전에 따른 약품을, 흡연자에게는 북한산 담배 대신 국산 담배를 제공한다. 생필품을 포함한 도서 지원도 모두 이뤄지고 있었다.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유아놀이방 전경. [헤럴드DB]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생활조사실’은 생활만을 위한 일반 생활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생활공간에는 탈북민을 위한 내선전화기와 TV, 소형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었다. 신원조사와 탈북 목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실도 밀폐형 공간이 아닌 내부가 보이는 유리문으로 교체됐다. 조사과정에서 인권침해나 진술 강요가 없도록 하기 위해 조사 전후로 인권보호관의 상담을 의무화했다. 센터는 조사 전 탈북민에게 ‘인권침해 사례’를 사전에 설명하고, 입소기간동안 준수규칙을 설명하고 있었다. 상담을 어려워하는 탈북민을 위한 건의함도 마련했다. 건의함은 인권보호관만이 확인해볼 수 있다.

23일 경기 시흥시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의 표지석. [헤럴드DB]

보호센터는 2014년부터 간첩수사는 맡지 않고, 정착금 등을 노리고 탈북민으로 위장하는 '비북한이탈주민'을 가려내는 행정조사만을 담당한다. 조사 과정에서 간첩혐의가 적발되면 곧바로 수사부서로 이첩한다. 또 법 개정을 통해 탈북민 조사기간도 최장 180일에서 90일로 단축했다.

다만 박 원장은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 게 국정원이다. 그렇지 않으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느냐"며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국정원의 입장은 폐지가 아닌 존치와 개정"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보호센터에서 적발해 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탈북민 위장간첩은 11명, 비북한이탈주민은 180여 명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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