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전자.통신
“세상에 이런 거미가” 자기보다 10배 큰 뱀 잡아먹는다?
뉴스종합| 2021-06-29 18:24
거미줄에 걸린 뱀을 사냥하는 장면[데일리메일 캡처]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거미가 자신보다 몸집이 10배 큰 뱀을 포식하는 다수 사례가 확인됐다. 거미는 대개 곤충을 먹잇감으로 삼는다고 알려졌지만 물고기, 새, 박쥐 심지어 뱀까지 사냥하는 것. 그중에는 독사도 포함되는 등 생태계 먹이사슬을 거스르는 사례도 발견됐다.

스위스 바젤대학교 거미전문가 마틴 니펠러 교수와 미국 조지아대학교 화이트 깁슨 교수는 ‘거미학 저널’ 최신호에 기존 연구와 뉴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319건에 해당하는 거미의 뱀 포식 사례를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뱀 사냥 다수 사례는 타란튤라 같은 대형 거미가 아닌 몸집이 작은 ‘꼬마거미과’(theridiidae)에서 주로 발견됐다. 몸집은 1인치(약 2.5cm) 이하로 먹잇감이 된 뱀(10인치) 이하보다 10배가량 작다. 꼬마거미과는 거미줄을 도르래처럼 조절해 자신의 체중보다 50배에 달하는 먹이까지 사냥하는 종으로 알려졌다. 꼬마거미는 몸길이는 0.6∼1.1cm 수준으로 전세계 분포하는 흔한 거미다.

특히 꼬마거미과에 해당하는 검은독거미가 뱀 사냥에 적극적인 종으로 밝혀졌다. 포식 사례의 60%를 차지, 주로 암컷이 해당한다. 해당 종은 척추동물에게 치명적인 독물을 분비하며 바닥까지 늘어지는 거미줄을 친다. 뱀이 이 거미줄에 걸리면 끈끈한 거미줄 뭉치로 포박하고, 뱀의 몸에 여러 차례 독을 주입한다. 주로 북미를 비롯해 아프리카 등에 서식한다.

[제작 : 김진아CP]

대형 거미인 타란튤라도 뱀 포식 사례의 10%를 차지했다. 땅바닥에서 뱀을 붙잡고 커다란 이로 신경독을 주입한다. 1∼2분 가량 뒤 독이 퍼지면 굴속으로 이동해 먹는다.

319건의 사례를 살펴보면 거미 40종이 뱀 90종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거미의 절반과 뱀의 30%는 강력한 독을 지닌 종이다.

실제 치명적인 독사로 알려진 동부갈색뱀도 종종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이 뱀은 전세계서 가장 치명적인 독을 분비하는 종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은 “뱀이 죽기까지 독거미는 몇 시간 걸리지만 독이 없는 거미는 며칠이 걸리기도 한다”며 “잡힌 뱀의 몸속에 소화액을 넣어 체액을 빨아먹어 껍질만 남긴다”고 설명했다.

뱀의 몸은 근육으로 이뤄졌지만 거미줄에서 스스로 빠져나가는 사례는 드물었다. 자신의 힘으로 거미줄에서 도망친 뱀은 1.5%에 그쳤다. 사례의 11%는 사람이 뱀을 거미줄에서 구해준 경우였다. 87%의 경우 뱀은 거미의 먹잇감이 됐다.

거미는 4만9000여 종에 달하는 포식자다. 거미가 잡아먹는 먹이는 연간 4억∼8억t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진은 “거미는 매우 다양한 먹이를 사냥하는데 뱀 등 척추동물은 중요한 보조적 먹이원이 된다”고 말했다.

dingdong@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