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박인호 공군총장, 무거운 분위기 속 취임…“창군 이래 가장 큰 위기”
뉴스종합| 2021-07-02 19:20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박인호 공군참모총장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박 총장의 삼정검에 수치를 달아주고 있다. [헤럴드DB]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박인호 신임 공군참모총장이 2일 취임식을 갖고 제39대 공군참모총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 분위기는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전임 총장이 사실상 불명예 퇴진한데다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이 모 중사 성추행 사망 사건에 더해 부하 여군 성추행 방조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공군이 온갖 추문에 휩싸인 탓이었다.

취임식 자체가 당면한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공군본부 대회의실에서 절차를 대폭 간소화한 채 약식으로 진행됐다.

참석인사도 군 주요 지휘관과 공군 부·실·단장 등 최소한에 그쳤다.

박 총장은 먼저 “자신의 꿈을 세상에 다 펼쳐보지도 못한 채 우리 곁을 떠난 故 이 중사의 명복을 빈다”며 “참모총장으로서 고인과 유가족께 마음 깊이 사과드린다”는 말로 취임사를 시작했다.

이어 “다시 한번 고인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진행중인 모든 조사와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결과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총장은 공군이 처한 현 상황에 대해 “공군은 1949년 창설 이래 무에서 유를 창조해왔다”며 “하지만 지금 공군은 드높았던 명예와 국민의 신뢰를 모두 잃고 말았다. 창군 이래 가장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군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람이며 전투력 발휘의 핵심도 역시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군인은 출신과 성별, 계급과 직책을 막론하고 전우이자 동료이며 가족”이라면서 “공군인은 동료를 존중하고 동료의 인권과 일상을 지켜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인호 공군참모총장이 2일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열린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거수경례하고 있다. [연합]

박 총장은 이날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진급 및 보직신고한 자리에서도 “그동안 공군이 국민의 신뢰를 받았지만 최근 신뢰를 잃었다”며 “법과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이 성찰하고 바뀌어 제도가 직접 작동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엄중한 시기에 중책을 맡겨 군 통수권자로서 마음이 무겁다”며 “취임을 계기로 분위기를 일신하고 병영문화를 혁신해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총장은 공군 체질 개선과 전반적인 쇄신을 위해 고강도 혁신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취임식 직후에는 곧바로 공군 장성급 지휘관들과 1박2일간 ‘바르고 강한 공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소통·공감의 대토론회’에 들어갔다.

토론회에서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 개선 방안, 급식과 피복, 시설 등 장병 생활여건 개선, 장병 인권보호 및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의견을 듣기로 했다.

이와 함께 공군본부 비서실을 축소하고, 그간 흩어져 있던 관련 조직들을 재편해 참모총장 직속 병영혁신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이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부실·늑장·은폐 논란을 자초한 공군 군사경찰과 법무병과 개혁을 예고하기도 했다.

박 총장은 “우리는 오늘의 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기본으로 돌아가 자신을 성찰하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개인과 조직을 바로세워 나갈 때 선배 전우들이 쌓아온 공군의 명예를 회복하고 국민의 신뢰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도 취임식 훈시를 통해 “군복은 국민과 국가를 위한 헌신과 희생의 상징”이라며 “우리 스스로 군복을 부끄럽게 만드는 일이 두 번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편 박 총장은 자신의 임명안 국무회의 상정이 한 차례 유보됐다 전날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과 관련해선 말을 아꼈다.

박 총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이미 필요한 절차 소명이 완료됐다”고만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민 눈높이에 맞는 철저한 검증을 위해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 인사시스템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선 “인사시스템과 관련해 많은 지적과 비판이 있는 것을 겸허하게, 또 귀 기울여서 듣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만을 내놓았다.

shind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