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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 닫은 ‘가짜 수산업자’…경찰, 5월에 이미 체포·압수수색 영장
뉴스종합| 2021-07-09 14:56
‘가짜 수산업자’ 김모 씨가 슈퍼카 옆에서 ‘셀카’를 찍고 있다. [김씨 카카오톡 캡처]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수감 중) 씨의 검찰·경찰·언론계 인사 등에 대한 로비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지난 5월 중순 이미 한 차례 김씨에 대한 체포·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서울구치소를 찾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씨의 진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접견을 계속 거부당하자 영장을 발부해서라도 수사를 진행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를 진행했지만 현재까지도 김씨가 입을 닫으면서 향후 혐의 입증에 난항이 예상된다.

9일 헤럴드경제가 서울구치소에서 받은 강제수사 관련 질의에 대한 답변 공문에 따르면 지난 5월 24일 경찰은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해당 구치소에 방문했다. 구치소 관계자는 “체포영장은 김씨에 대한 구인, 압수수색 영장은 김씨가 머무른 수형자 방에 있는 김씨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시 구치소에 있는 수형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에 이렇게 경찰이 들어와도 되느냐”고 항의하고 진정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서울구치소 측은 “진정서 제출 여부는 (수형자들의)개인정보 사항이라 알려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씨는 7명으로부터 116억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지난 3월 말 구속됐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 ‘사기범’이었지만, 그가 검찰 송치 직전 돌연 수사기관 간부와 언론인 등에게 금품을 줬다고 진술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이모 전 부장검사, 경북 지역 경찰서장을 지낸 배모 총경,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 앵커이기도 한 엄성섭 TV조선 기자 등을 입건한 상태다. 이 검사는 고급 시계, 배 총경은 식사 접대와 함께 넥타이, 벨트 등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 외에도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김씨에게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고 내사하고 있다.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선 현재 김씨의 진술이 경찰에 필요한 상태다. 그러나 김씨가 진술을 거부하면서 수사에 난항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측은 “검찰에서 진술하겠다”며 함구하고 있어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관련 추가 혐의 입증을 위한 유의미한 진술이 추가로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김씨 측은 현재 압수된 휴대전화는 물론 기존 진술조차도 적법한 절차로 수집되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김씨 측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올해 3월 경찰이 김씨의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고 임의로 내용을 열람하는 등 적법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찰은 ‘오징어 사기’ 혐의로 사건을 송치하기 전날인 지난 4월 1일 김씨가 먼저 금품 제공 사실을 털어놨고, 그 내용을 수사 보고에 포함해 이를 토대로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까지 발부받은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구속된 피의자를 다시 체포하는 것은 이례적인 수사 방식이다. 댓글 여론 조작 혐의로 2018년 수사를 받은 ‘드루킹’ 김동원(52) 씨 사례가 있었지만 드물다는 평가도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검찰은 구치소에 구속된 피의자를 소환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은 구치소에 구속된 피의자의 경우 직접 찾아가 접견을 통해서만 수사할 수 있다. 피의자가 접견을 거부하면 수사할 수 없는 것이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통해 강제로 피의자를 경찰서로 데려와도, 피의자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면 여전히 수사는 진척되기 어렵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과 관련된 어떠한 사항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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