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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3억원에 팔렸다”…가상 여성에 사랑까지 뭐길래?
뉴스종합| 2021-07-23 18:41
폴란드인 인플루언서 마르타 렌텔 [fanadise 캡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가짜 사랑(디지털 사랑), 3억원에 팔렸다…가상 여성에, 사랑까지?”

가상의 인플루언서가 현실의 인플루언서를 대체하는 시대에 ‘가상의 사랑’이 한화 약 3억원에 판매돼 화제다. 사진이나 영상, 텍스트가 아닌 추상적인 개념의 ‘감정’이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판매된 것이다. 갈수록 현실과 가상이 혼재되는 가운데 디지털 감정의 경제적 가치까지 책정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폴란드인 인플루언서 마르타 렌텔은 최근 ‘사랑’이란 감정을 NFT 형태로 21만4000유로(한화 약 2억9000만원)에 판매했다.

NFT는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가상자산을 의미한다. 자산 소유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게임·예술품·부동산 등의 기존 자산을 디지털 토큰화하는 수단이다.

가상 인플루언서 (좌) 루이 리, (우) 릴 미켈라. [인스타그램 캡처]

마르타 렌텔은 틱톡에서 2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21세 여성이다. 그녀는 구독료를 받고 비디오 등의 독점 콘텐츠를 판매하는 파나다이스(Fanadise)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디지털DNA를 바탕으로 한 ‘사랑’을 NFT로 경매에 올렸다. 이후 익명의 구매자가 3억원에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낙찰받은 것이다.

기존에 사진, 그림, 영상, 텍스트 등 실체가 있는 작업물을 NFT로 판매하는 경우는 빈번했지만, ‘사랑’ 같은 추상적 ‘개념’, 혹은 ‘감정’을 NFT로 경매에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르타 렌텔은 NFT에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포함됐는진 밝히지 않았지만, 홈페이지를 통해 ‘디지털 사랑에 대한 모든 권리’가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또 그녀와의 저녁 식사 자리를 NFT에 포함해 판매했다.

사랑이란 감정이 NFT 경매를 통해 거액에 낙찰된 것은 최근 들어 갈수록 높아지는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현실에 실존하는 것이 아닌 가상 인간·사물 등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 받으며, 가상 부동산이나 가상 인플루언서 등의 가치가 크게 오르고 있다.

가상부동산 어스2 화면. [어스2 캡처]

가상 부동산 시장의 대표격인 어스2(Earth2)에서 미국 이용자들이 거래한 부동산 규모만 지난 4월 기준 3215만달러에 달하며, 한국인 이용자들의 가상 부동산 총 가치는 630만 달러(한화 약 7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6월 전 세계 유튜브 생방송 후원금 순위 1위부터 10위를 모두 가상 인플루언서가 차지했다.1위에 이름 올린 일본의 가상 인플루언서 ‘후와 미나토’는 라이브 영상 한 편으로 약 1억70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급기야 실존하지 않는 디지털 형태의 사물이 실물 대비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를 실험하는 경매까지 등장했다. 영국 런던의 한 사업가 올리 조쉬가 최근 스티브 잡스의 젊은 시절 자필 이력서를 실물과 NFT, 두 가지 형태로 경매에 내놓은 것이다. 올리 조쉬는 “이번 경매로 실물과 디지털 형태에 대한 현대인들의 인식 가치 변화를 알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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