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헤럴드시사] 대통령, 올림픽 폐막식 참석해 한·중·일 협력 불씨 살려야
뉴스종합| 2021-07-28 11:16

두 달 뒤면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출범 10주년을 맞는다. 2011년 9월 국제기구로서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서울에 개설됐을 때 한국 외교는 물론, 동북아 국제정치 차원에서도 큰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100여년 전 안중근 의사가 사형 집행을 앞두고 뤼순감옥에서 저술한 ‘동양평화론’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미완의 저술로 남겨진 유고에서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조선을 병합한 것은 스스로 표방한 동양평화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 청, 일본의 대표가 모여 동양평화회의를 조직하고 공동 은행을 조직해 상공업을 진흥시키고 나아가 3국 공동의 평화군대 창설을 제안했다. 그러한 동양평화론의 꿈이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추진된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와 한·중·일 협력사무국에 의해 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던 것이다.

사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례화되고 한·중·일 협력사무국이 창설된 이래 3국 간에는 외교는 물론 경제·환경·교육·과학기술·사회문화·스포츠 및 질병대응 부처 장관회의와 실무 협의체가 활발히 조직돼 협의를 진행했다. 경제적으로는 3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들이 해마다 회의하고 있고, 아직 성사되지 않았지만 3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문제를 포함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과학·기술담당 장관들은 원자력발전 안전관리를 위한 정보 공유와 협력 방안 등을 모색해왔고, 환경·보건담당 장관들은 황사 예방을 위한 협력 방안 및 질병 공동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해왔다.

교육 분야에서는 유럽 에라스무스 프로그램과 같은 ‘캠퍼스아시아사업’, 즉 3국 대학원생과 대학생들이 서로 희망하는 국가에서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협력사업이 10여년간 지속돼왔다. 문화 분야에서는 해마다 각국에 문화도시를 지정해 3국 간 문화의 다양성을 공유하는 사업을 지속 추진해왔다. 체육 및 관광담당 장관들은 일찍이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 일본의 도쿄하계올림픽, 중국의 베이징동계올림픽 등을 상호 지원하고 관광 등 인적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한·중·일 3국 협력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중국과 일본 간 전략적 경쟁 속에 놓여 있는 한국으로서는 소중한 외교적 자산이다. 한·중·일 간 비전통적 안보 분야 협력 증진을 통해 미·중 간, 혹은 중·일 간 전략적 경쟁을 완화할 여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우방국들의 이해와 협력을 확보하는 통로도 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2018년과 2019년 각각 일본과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개최됐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한국이 주최하기로 한 한·중·일 정상회의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순연되고,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가 불투명하게 된 점이 안타깝다. 한·중·일 정상회의가 정상적으로 가동돼야 3국 간 다양한 협력 사업이 더욱 탄력 있게 진행될 수 있다. 100여년 전 망국으로 치닫던 시기 안중근 의사가 염원한 동양평화의 꿈을, 이제 중진국 이상의 국제적 위상을 가진 우리나라가 주도하기 위해서라도 한·중·일 정상회의와 3국 간 협력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필요가 있다.

평창동계올림픽, 도쿄하계올림픽, 베이징동계올림픽으로 이어지는 3국의 스포츠 제전은 한·중·일 협력의 상징적인 이벤트가 될 수 있다.

비록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막식에는 불참했지만 폐막식에라도 참석해 한·일 간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만들고, 이를 통해 한·중·일 정상회의 정례화의 불씨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 격화되는 미-중 전략적 경쟁하에서 한국의 자율적 외교역량을 확보하고, 국제사회에서 평화협력국가의 정체성을 확립시켜가기 위해서라도 한·중·일 정상회의의 원동력을 살려내는 일이 한국 외교의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된다.

박영준 국방대 안보대학원 교수

shindw@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