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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워도 걸어서 배달해!” 깐깐한 아파트…배달앱 ‘골머리’
뉴스종합| 2021-07-28 20:43
한 아파트 단지의 ‘오토바이 진입금지’ 안내판. [네이버 블로그 '배달의민족 배달방송' 게시글 캡처]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오토바이는 정문 밖에 세워놓고 가시라니까요.” “일반 엘리베이터는 안 돼요, 화물용 엘리베이터 쓰세요.”

주민 안전과 편의를 명분으로 배달기사에게 깐깐한 출입 규정을 제시하는 아파트 단지들 때문에 배달앱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배달앱으로선 호출(콜) 수락을 꺼리는 기사들을 독려하기 위해 배달 수수료를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비용 부담도 플랫폼과 자영업자들이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배달기사에게 콜을 배정하고 수수료를 책정할 때 도착지가 기피 지역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진다. 배달기사들의 민원 접수 등을 통해 해당 지역이 배달이 어렵다거나 상습 기피 지역이라는 점이 확인될 경우, 많게는 2000원의 ‘지역 할증’을 지급한다. 배달기사들은 이를 ‘기피 할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대전시에서 ‘배민라이더스’로 근무하고 있는 한 누리꾼이 서구 지역이 목적지인 배달 호출(콜)에 프로모션이 적용돼 있는 상황을 캡처해 공유한 이미지.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요기요나 쿠팡이츠 등 다른 배달앱들도 유사하다. 배달의민족처럼 명확히 항목을 구분해 할증 수수료를 지급하지는 않지만, 수수료 계산 알고리즘에 수요·공급 상황이 반영되는 만큼 일반적으로 기사들이 기피하는 지역 및 아파트 단지에는 비교적 높은 수수료가 책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목적지가 기피 지역이든 아니든, 배달기사를 호출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모두 배달앱이 책임진다. 배달앱 이용자는 식당이 고객에게 부과하기로 한 일정 수준의 배달팁만 내면 된다.

서울에서 운영되고 있는 한 식당은 배달앱 내 가게 소개란에 특정 아파트단지에는 추가 요금이 적용됨을 고지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고객은 메뉴를 추가하듯 아파트를 선택하고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 하지만 수수료 인상에 따른 매출 하락을 우려하는 대부분의 식당은 수수료 인상분을 고스란히 혼자 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배달의민족 앱 캡처]

고객에게 추가 비용 부담을 지우는 사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배달앱으로는 주문만 받고, 별도로 외부 배달대행사를 이용하는 식당 일부가 이에 해당한다. 배달대행사들은 배달 목적지가 민원이 다수 접수되는 기피 아파트일 경우 식당에 할증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때 부담을 식당 혼자 지지 않도록 고객에게 배달팁을 더 받을 것을 권고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식당이 배달팁 인상에 따른 매출 하락을 우려해 수수료 인상분을 고스란히 짊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등 노동조합은 배달기사가 원활하게 업무를 볼 수 없도록 깐깐한 기준을 내건 아파트 100여 곳을 확인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한 바 있다. 단순히 배달 효율성을 떠나 배달기사들의 인권이 무시되고 있으니 제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때 배달 업계에서는 주민들이 안전과 편의를 추구하면서도 추가 배달 비용을 감수하는 선례가 등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아파트가 배달기사들의 기피 요소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는 “인천 송도의 한 단지를 제외하고는 갑질 시스템을 바로잡은 사례를 발견하지 못 했다”며 “아파트 단지가 사유지이다 보니 인권위에서도 점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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