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단독] 가상세계에 은행 만든다…신한은행, 메타버스 자체 구축
뉴스종합| 2021-07-29 10:00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신한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체 구축한다. 쉽게 말해 가상 세계에 신한은행을 만드는 작업이다. 국내 금융회사 대부분이 메타버스 전문업체가 구축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네이버, 카카오 등 거대 플랫폼사업자인 빅테크보다 규모는 작지만 자체 기술력을 보유한 IT 스타트업과의 협업으로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전체적인 기획과 콘텐츠는 신한은행이 주도한다. 금융 플랫폼 ‘쏠(SOL)’의 종합 생활 플랫폼화 전략의 일환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체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현재 시범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의 활용성을 점검 중”이라며 “하반기 중 협력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주요 은행들은 화상회의나 내부 행사 일부를 외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진행하는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미국 스타트업 게더의 ‘게더타운(gather.town)’, 하나은행과 NH금융은 네이버Z의 ‘제페토’, 우리은행은 SKT의 ‘점프 버추얼 밋업(Jump Virtual Meetup)’을 활용했다.

신한은행이 자체 메타버스 구축에 나섰지만 넘어야 할 고개가 상당하다. 은행들의 지향점은 가상 공간에서 고객을 상대로 금융상품을 판매하거나 금융 서비스를 제공 등의 실질적 영업활동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금융업 업무 범위 등과 관련해 메타버스 플랫폼 특성을 반영한 법률 체계가 필요하다. 예컨대 방카슈랑스·펀드 등 아웃바운드(점포 외부에서의 영업) 제한 규제가 메타버스 플랫폼에도 적용되는지 불확실하다.

한 시중 은행 디지털금융 담당자는 “금융회사의 메타버스 활용은 궁극적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려는 시도”라며 “메타버스 내에서 대고객 영업과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률 체계가 마련되거나 금융 당국으로부터 별도의 승인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의 시도는 금융 메타버스에 필요한 숙제들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메타버스 구축 과정에서 필요한 제도 개선 등을 금융 당국에 제시하면 그에 맞춰 법령 체계 개편 등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의 경우 법률 체계가 정비되기 전까지는 일단 수익사업보다 사회공헌 차원의 공익사업으로 경험치를 쌓아갈 가능성이 크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를 메타버스에서 제공하는 금융회사는 없는 상황”이라며 “대고객사업을 펼치는 첫 단계로 청소년 대상 금융교육 등 사회공헌활동을 우선 메타버스 내에서 진행하는 방안이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