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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하락 경고하면서 공급량 대폭 늘린다? [부동산360]
부동산| 2021-07-29 10:37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주택가격이 최고 수준에 근접했거나 이미 넘어서고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가장 많은 비판이 ‘문재인 정부는 2017년부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집값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집값은 변함없이 올랐다’는 점을 근거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 28일 부동산 관계장관 합동브리핑에서 홍 부총리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한 말은 앞뒤기 맞지 않는 것도 많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하며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연합]

▶수요 주는데 공급 확대…대규모 미분양 유도?= 홍 부총리 말처럼 정말로 정부가 주택 가격이 고점이어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면, 노 장관이 “수도권 180만가구, 전국 205만가구 주택 공급계획을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속도감 있게 이행하겠다”는 다짐은 허망한 계획에 불과하다. 수요가 없어질 텐데 “향후 10년 동안 전국 56만호, 수도권 31만호, 서울 10만호의 주택을 매년 공급”해서 어쩌자는 건가?

주택 매수세가 줄고 집값이 떨어지는 데 정부 공언처럼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면 어떻게 될까. 미분양은 급증할 것이고, 건설사들은 도산 위기에 빠질 것이다. 현재의 공공 주도 공급 계획이라면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천문학적인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시장은 소위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다.

부동산은 금융, 산업 등 연관된 곳이 너무 많다. 정상적인 정부라면 집값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폭락을 유도하지 않는다. 다른 분야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간 서서히 하락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쓴다.

정부가 정말로 주택수요가 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홍 부총리는 “주택 공급에 총력을 다하고, 앞으로도 더 매진해 나갈 것”이란 말을 취소해야 한다.

▶KDI 조사 ‘집값 하락해도 하락폭 미미’= 정부가 집값 고점 근거로 내세운 한국개발연구원(KDI) 용역조사 결과도 신뢰가 의심되긴 마찬가지다.

홍 부총리는 “최근(7월 22일) KDI에 부동산 전문가 패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의 94.6%가 현 주택가격 수준이 고평가되었다고 답했다”며 “전문기관도 집값 조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설문보고서를 자세히 보면 시사점이 많이 다르다. 일단 설문 문항 자체가 “국민들의 수급여건, 소득수준 등 전반적인 상황을 감안할 때 현재의 주택 가격 수준을 어떻게 판단하십니까?”다. 답변은 ‘다소 저평가’, ‘적정’, ‘소폭 고평가’, ‘상당히 고평가, ’매우 고평가‘ 중 고르도록 했다.

이렇게 물었을 때 대한민국 집값에 대해 ‘적정’하다거나 ‘저평가’라고 답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재인 정부 들어 집값이 폭등한 상황을 목격한 대부분 전문가들은 단기간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는다. 대부분 ‘많이 오른 것 같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진짜 주목할 건 마지막 문항인 ‘주택가격이 조정된다면 그 폭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십니까’다. 질문 자체가 집값 하락을 가정하고 답하라는 것이다. 어쨌든 가장 많은 29.7%가 ‘5%이내 하락’이라고 답했고, 5~10% 하락이 23%로 그 뒤를 차지했다. ‘보합권’(14.9%)을 기록할 것이란 답변도 꽤 많았고, 오름세가 계속되면서 ‘상승세 둔화’(13.5%)라고 답한 사람도 있었다.

홍 부총리 말처럼 90% 이상 전문가들이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하락 가능성에 대해선 80% 이상 전문가가 ‘10% 이내’ 수준이거나, 변동없는 ‘보합’이나 ‘상승세 둔화’ 정도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다.

KB국민은행 아파트값 조사 기준 당장 올해(1~7월)만 전국 11.64%, 수도권 15.13% 오른 상황을 염두에 보면, 정부가 경고까지 할 수준의 하락 전망은 아니란 이야기다.

정부가 불확실한 근거를 토대로 한 과도한 집값 기대심리를 버려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주택 매수 심리는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6월 이후 다시 100 위로 올라선 수도권 '주택 매수우위지수' 흐름.

▶KDI “2021년 유동성 증가로 집값 상승 가능성” 전망= 사실 KDI는 지난해 11월 2021년 경제 전망 보고서를 내면서, 올해 집값이 유동성 증가 때문에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KDI는 보고서에서 통화량이 1% 늘어날 경우 주택 가격은 네 분기에 걸쳐 0.9% 상승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당시(3분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9.5%나 늘어난 통화량(M2 기준) 효과는 주택가격 상승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실증 분석 결과 통화 공급 증가는 주택가격을 단기적으로 상승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주택시장은 다른 실물경제 부문과 달리 공급이 탄력적으로 반응하지 못해 통화 공급 증가의 영향이 단기적인 가격 상승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택공급은 땅을 사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준공될 때까지 최소 2~3년 걸리기 때문에, 수요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 공급을 빨리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통화량이 단기간에 늘면 집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DI 분석 결과를 고려하면 여전히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공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5월 평균 통화량(M2 기준)은 3385조원으로, 4월보다 21조4000억원(0.6%) 늘었다. 1년 전(작년 5월)과 비교하면 M2 절대 규모가 11.0%(319조) 많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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