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매력 떨어진 대형주...外人, 코스닥으로
뉴스종합| 2021-07-30 11:21

외국인이 이달 코스피 지수에서 4조5000억원이 넘는 순매도로 시장을 짓누르자 중소형주가 포진한 코스닥 시장이 대안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최근 중국과 홍콩 증시의 급락 속에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국에서 이탈하면서 당분간 외국인 매도가 집중된 대형주 보다는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일어나는 코스닥 중·소형주의 개별 종목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8.45포인트(0.82%) 상승한 1044.13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최근 바이오주의 약세에도 2차전지·게임·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등 중·소형주 강세에 힘입어 1040~1050선을 횡보하고 있다. 코스닥 소형주 지수는 코스닥이 3개월간 5.5% 상승할 동안 6.8% 상승을 기록했다.

이런 흐름은 외국인의 대형주 집중 매도에 따른 반사효과로 분석된다. 미국 주식시장은 실적이 가파르게 개선 중인 대형주로의 집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한국의 대형주는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의 대형 테크기업들에 대한 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신흥국에서 글로벌 펀드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며 벌어지는 현상이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외국인은 최근 20거래일 누적 코스피 선물 6조5000억원어치를 순매도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0년 이후 상위 2.6%에 위치할 정도로 매우 높은 규모다. 여기에 달러강세 상황이 이어지면서 외국인 자금 유입 역시 둔화되고 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 코스피 대형주 랠리 이후 대형주의 기업가치 고평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형주 수익률과 상관관계가 높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며 “국내 수출과 기업 이익세 모두 고점 우려가 큰 상황에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진다면 코스피 매력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수 상단이 제한된 대형주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자 외국인은 대안으로 코스닥 종목을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35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올 상반기 1조8921억원어치를 팔아치운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외국인은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3913억원 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런 흐름 속에 시가 총액이 코스피 종합지수의 5분의 1에 불과한 코스닥종합지수 거래대금이 코스피 거래대금에 육박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전 거래일 코스피 거래대금은 10조4000억원으로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한 달 전 15조원~16조원을 기록하던 것과는 완연히 다른 흐름이다.

반대로 코스닥 거래대금은 전 거래일 10조2420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 거래대금 역시 최근 하락한 상황이지만, 한 달 전 11조~12조원대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낙폭이 작다.

코스닥 지수의 강세는 전통의 시장 강세 종목인 바이오주가 아닌 게임·2차전지 소재주가 이끌고 있다. 소폭 하락한 상황이지만 이달 들어 카카오게임즈와 펄어비스는 각각 10만원대, 8만원대를 돌파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또, 2차전지 소재 개발업체인 천보, 에코프로비엠, 엘엔에프 등도 연일 신고가를 경신 중이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 국면에서 미국의 설비 가동이 확대되어 코스닥 소부장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의 ‘K-배터리 전략적 강화방안’ 정책 등의 수혜를 등에 업고 코스닥 중·소형주의 강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수급 개선 기대가 크지 않다면, 이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는 대형주보다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일어나는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여건”이라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의 코스닥 벤치마크 개편 소식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19일 국민연금은 운용 규모 증가에 따른 효율성 제고 목적으로 ‘코스닥100’에서 ‘코스닥150’으로 변경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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