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정당
정치경험·신뢰감 부각 ‘U자 반등’...‘文과 동조화’ 양날의 칼 [대선주자 SWOT 분석 ③이낙연]
뉴스종합| 2021-07-30 11:42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세계의 존경과 신뢰를 받아야 합니다. 그 일을 제가 하겠습니다.” (이낙연 후보 대선 출마선언문 中)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가 다시 상승세를 탔다. 올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발언,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참패 등이 겹치며 한 자릿수대까지 추락했던 지지율이 다시 ‘U’자 곡선을 그리며 반등하고 있다.

이달 초 출마 선언, 4번의 민주당 예비경선 TV 토론 등을 거치면서 급반등이 시작됐다. 리얼미터 조사 기준 이 후보의 지지율은 6월 4주 8.4%에서 7월 2주 15.6%로 껑충 뛰어 올랐고, 7월 4주차 16.0%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다소 주춤하고 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3강 구도’가 형성된 모습이다. (여론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포인트)

시간은 충분하다. 본경선이 5주 가량 연기되면서 이 후보가 강점을 보이는 TV토론도 늘어났다. 이 후보 캠프가 ‘골든 크로스’를 자신하는 이유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영입으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그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 본선에서 대권을 거머쥘 수 있을까. 한때 40%대 지지율을 기록하기도 했던 대선 후보 이낙연의 강점과 약점, 기회와 위기 요인을 차례로 짚어봤다.

▶풍부한 정치 경험 속 안정감·신뢰감이 최대 강점=이 후보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정치 경력에서 나오는 안정감과 신뢰감이다.

5선 국회의원, 전남도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 등을 역임하며 여의도 정치, 지방정부, 중앙정부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리에서 국정운영 경험을 쌓았다. 그의 화려한 경력은 당내 정세균 후보 외에는 비교 대상을 찾기 어렵다.

특히 문재인 정부 초대 총리이자 민주화 이후 역대 최장수(2년8개월 간) 총리로 오랫동안 국정 2인자 역할을 수행하며 문 대통령의 계승자 이미지도 얻었다. 그가 친문 세력의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다.

이 후보는 지지율이 바닥을 치던 지난 4월 ‘문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조언에 “대통령을 안했으면 안했지 문 대통령 배신은 못한다”고 일축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말 40%대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

언론인(신문기자) 출신답게 절제된 언어 구사 능력도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말이 많지 않고 간결하다보니 실수도 적은 편이다. 중저음의 목소리 톤과 진중한 태도도 신뢰감을 더한다는 평가다. 이 후보는 여성과 2030 청년층에서 지지율 강점을 보인다.

▶부족한 돌파력·대중친화력은 약점=과도한 신중함 속 결단력과 돌파력 부족은 그의 단점으로 지목된다. 위기를 ‘관리하는’ 능력은 뛰어날지 모르나, 위기를 ‘돌파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경쟁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돌파력과 추진력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것과 대조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이낙연 후보의 업적이 뚜렷하지 않다며 ‘무능’ 프레임을 들고 나온 상태다. 이 후보는 “무능했으면 문 대통령이 그렇게 오래 썼겠느냐”고 반박하지만 대중들에게 각인돼있는 ‘대표 업적’이 미미하다는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부족한 대중 친화력·소통 능력도 약점으로 꼽힌다. ‘엄근진(엄중·근엄·진지)’이란 별명이 붙을 만큼 캐릭터 자체가 친근감과는 거리가 있다. 말을 정제해서 하는 스타일도 보기에 따라서는 ‘까칠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후보가 최근 방송인 홍진경씨와 개그우먼 강유미씨의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한 것도 이 같은 이미지를 탈피해 친근감을 강조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정치적으로 편한 길, 엘리트 코스만 걸어왔다는 이미지도 그의 약점이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를 하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정치판에 발을 들인 이래 고향이자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 4선 의원과 전남지사를 했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 지역구로 올라와 승리를 거두긴 했지만 “꽃길만 걸었다”는 경쟁 후보들의 견제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유력 경쟁자들 ‘불안감 상승’은 기회=지지율 1,2위를 다투는 여야 유력 경쟁자들의 불안정성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이낙연 후보에게 기회 요인이다.

같은 당 이재명 후보는 예비경선 TV토론을 거치며 ‘형수 욕설’ 문제가 재차 상기되고, 여배우 스캔들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바지 발언’까지 나오며 잇따라 실점했다. 야권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역시 부인과 장모 등 처가 리스크에 이어 본인 관련된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혹독한 검증을 치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신뢰감, 도덕성에 강점을 보이는 이 후보에게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이재명, 윤석열 후보의 도덕성 이슈가 계속 제기될수록 상대적으로 이낙연 후보가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당내 타 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도 살아있다. 이 후보는 예비경선 시작 시점에 정세균 후보와 회동을 갖고 “민주정부 4기의 탄생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경선 과정에서 단일화를 하지 않더라도 결선투표가 치러지면 자동으로 당내 반(反)이재명 정서가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文 대통령과 지지율 동조화...정권교체론 부각 시 최대 위협=향후 문 대통령 지지율 추이와 정권교체 여론 부각은 이 후보에게 최대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

친문 후보를 자처한 이 후보의 지지율은 문 대통령 지지율과 동조화 현상이 뚜렷한 상태다.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로 임기 말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지율과 별개로 정권교체 여론이 여전히 높은 상황인 점도 부담스럽다. ‘친문 후보’라는 정체성은 경선에서는 득이 될지 몰라도 만약 민주당의 후보가 된다면 본선에서는 실이 클 수 밖에 없다.

호남에서 영남 후보(이재명 후보)를 ‘전략적 지지’할 가능성이 남아있단 점도 이 후보에게는 불안 요소다.

호남 민심은 ‘될 사람 밀어주자’는 인식이 강한데, 이들에게 ‘본선 필승 카드’라는 믿음을 심어주지 못한다면 부산 출신인 노무현, 문재인을 선택했던 호남의 ‘전략적 지지’가 또 한번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배두헌 기자

badhoney@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