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일본엔 강력 경고, 한국갯벌은 2계급 특진, 다음 세계유산은 가야
라이프| 2021-08-01 10:42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지난 7월 16일부터 온라인으로 개최돼, ‘한국의 갯벌’을 국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키고, 군함도 등재 당시 한국인 강제징용자에 대한 착취와 폭압을 명시하라는 유네스코의 권고를 어긴 일본에 대해 강력 경고했던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의장국 중국)가 개최지인 파리 현지 시간 7월 31일 오후 폐막했다.

일제의 한국인 강제징용과 착취, 비인간적 대우 등이 담긴 영화 ‘군함도.’ 유네스코는 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의 약속 불이행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했다.
유네스코 자문기구 심사위원들이 현지방문에서 감탄한 보성갯벌의 뻘배

1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 44차회의에서는 반려→등재로 2단계 도약하면서 세계자연유산이 된 ‘한국의 갯벌’을 포함해 자연유산 5건, 문화유산 29건 등 총 34건 유산이 새롭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고, 3건은 확장 등재됐으며, 영국의 ‘리버풀, 해양산업 도시’는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다.

이로써 세계유산은 문화유산 897건, 자연유산 218건, 복합유산 39건 등 총 1154건이 되었다.

▶갯벌이어 가야고분 등재추진, 일본 약속위반 군함도 강력경고= 한국의 갯벌은 ‘반려’에서 ‘보류’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도약해 ‘등재’에 성공, ‘2계급 특진’에 비유됐다.

한국은 부처간 역할분담과 공조, 주민들의 열정과 당초 유네스코 자문기구의 반려 이유에 대한 개선 노력, 민관의 협력, 국제기구 및 NGO와의 협력 등을 통해 투표권을 가진 위원국들의 강력한 지지를 얻어내는 등 탁월한 ‘문화재 외교’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야고분군

다음 세계유산위원회(45차)는 세계유산협약 50주년을 기념하면서 2022년 6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다. 우리나라의 ‘가야고분군 Gaya Tumuli’ 등 세계유산 등재 결정을 비롯하여 세계유산 정책과 보존 관리에 대한 다양한 현안이 논의될 것이다.

‘군함도’(하시마·端島)로 알려진 일본의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의 보존현황보고 결정문에서는 ‘조선인 강제노동을 포함한 유산의 전체 역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데 대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이라는, 매우 이례적이고 강도 높은 권고가 제시되었다.

위원회는 자문기구의 의견을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등재 당시 위원회가 일본에 권고한 후속조치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했다. 다음은 이번에 등재되 세계유산

▶자연유산= ▷대한민국 한국의 갯벌 ▷일본 아마미오시마 섬, 토쿠노시마 섬, 오키나와 북부, 이리오모테 섬 ▷태국 카엥크라찬 수림지역 ▷조지아 콜칙 우림과 습지 ▷가봉 이빈도 국립공원

유럽의 온천. 사진은 체코

▶문화유산= ▷사우디 히마 나르쟌 문화동굴예술 ▷오스트리아 벨기에 체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유럽의 위대한 스파(온천) ▷프랑스 코르두앙 등대 ▷독일 마틸덴회에 다름슈타트 ▷이탈리아 '파도바Urbs picta', 조토의 스트로베니 성당과 파도바의 14세기 프레스코화 ▷중국 취안저우 : 송-원나라의 세계적 상업지구 ▷인도 영광의 카카티아 사원과 관문 - Rudreshwara(람마파)사원, 팔람페트, 자야샹카르 브후팔팔리 지구, 테랑가나 주 ▷이란 이란 종단 철도 ▷스페인 예술, 과학 경관 ▷터키 알스란테페 언덕 ▷오스트리아 독일 헝가리 슬로바키아 로마제국의 국경 – 다뉴브 국경 (Limes) (서쪽부분) ▷벨기에 네덜란드 베네볼랑스 거주지 ▷루마니아 로자 몬타나 광산 경관 ▷브라질 호베르투 부를리 마르스 문화센터 ▷페루 찬킬로 태양 관측소와 의식 센터 ▷우루과이 공학자 엘라디오 디에스테의 작품: 아트란티다의 교회 ▷코트디부아르 북부의 수단 양식 모스크 ▷인도 드호라비라 : 하라판 도시 ▷이란 하우라만/우라마나트의 문화 경관 일본 북부의 조몬 선사 유적지 ▷요르단 아스살트 - 관용과 도심 환대의 장조 ▷프랑스 니스, 리비에라 관광의 수도 ▷독일 슈파이어, 보름스, 마인즈의 ShUM 유적들 ▷독일 네덜란드 로마 제국의 국경 - 저지(低地) 독일 국경 ▷이탈리아 볼료냐의 포티코 ▷칠레 아리카와 파리나코타 지역 친초로 문화의 거주지와 인위적 미라화 ▷러시아 오네가 호수와 백해의 암각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의 요제 프레치니크 작품들 - 인간중심의 도심 디자인 ▷영국 북서 웨일즈의 점판암 경관 ▶확장등재 〈자연〉 보스니아헤르체코비나/체코/프랑스/아탈리아/몬테네그로/북마케도니아/폴란드/세르비아/슬로바키아/스위스 ‘카르파티아 및 유럽의 기타 지역에 생육하는 고대 및 원시 너도밤나무 숲 〈문화〉 네덜란드 물 방어선 (1996년 등재된 "암스테르담 방어선"의 확장), 멕시코 프란치스코회 수도원과 틀락스칼라의 성모마리아의 승천교회 (“포포카테페틀의 16세기 수도원”)의 확장

▶로마국경 우여곡절끝 등재= 오스트리아, 독일, 슬로바키아, 헝가리가 공동 신청한 ‘로마 제국의 국경 - 다뉴브 라임스 Frontiers of the Roman Empire - The Danube Limes’는 지난 위원회에서 헝가리 정부에서 계획 중인 부다페스트 인근 개발계획에 따라 유산의 범위를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되면서 자문기구의 ‘등재’ 권고에도 불구하고 ‘보류’되었는데, 이번 위원회에서 헝가리가 등재를 포기하면서 원래 175개였던 연속유산의 구성요소가 최종적으로 77개로 축소되면서 위원국간 치열한 논의 끝에 등재에 성공했다.

폴란드의 ‘그단스크 조선소-연대의 발생지와 유럽의 철의 장막 붕괴의 상징 Gdańsk Shipyard – the birthplace of “Solidarity” and the symbol of the Fall of the Iron Curtain in Europe’은 긴 논의를 거쳤으나, 등재 결정이 무기한으로 연기되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코로나19로 2020년에 세계유산위원회가 열리지 못한 탓에 2020년과 2021년, 2년치의 세계유산 등재 심사 건이 함께 논의되었다. 세계유산 등재는 국가당 1년에 1건에 한해 심사가 이뤄지나, 여러 나라에 걸쳐 있는 ‘국가 간 연속유산’의 경우 신청 제한을 받지 않아 독일은 5건(독일 내 2건, 국가 간 연속유산 3건)을 세계유산에 등재하였다.

이탈리아는 3건(이탈리아 내 2건, 국가 간 연속유산 1건)을 등재하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58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탈리아(58건)에 이어 중국(56건), 독일(51건), 프랑스·스페인(49건), 인도(40건) 순으로 많은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보존 제대로 안한 리버풀 탈락 오명= 2004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던 영국의 ‘리버풀-해양산업도시-Maritime Mercantile City’는 ‘항만지구 내와 세계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완충지대에 새 건물이 들어서자 경관이 악화되어 이곳의 역사적 가치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라는 사유로 역대 3번째로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됐다. 유산 등재 뿐 아니라 지속적인 보존과 관리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금까지, 오만 아라비아 오릭스영양 보호구역(2007), 독일 드레스덴 엘베 계곡(2009), 영국 리버풀-해양산업도시(2021년)가 영광의 자리에 올랐다가 삭제되는 오명을 썼다.

반면, 1984년에 세계유산에 등재된 후 1999년부터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 올라 있던 콩고민주공화국의 ‘살롱가 국립 공원 Salonga National Park’은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의 적극적인 의견 교환을 통해 보호 관리 체계를 강화한 점 등이 인정되면서 이번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신규로 등재된 루마니아의 ‘로자 몬타나 광산 경관 Roșia Montană Mining Landscape’은 등재와 동시에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 목록에도 올랐다. 이로써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은 이전 회기보다 1건 줄어든 52건이 되었다.

▶제도의 개선= 한편 세계유산 협약의 이행과 관련된 정책 논의에서 세계유산 등재과정에 예비심사(Preliminary Evaluation)단계가 신설되었다. 기존에는 세계유산 등재과정이 잠정목록 등재→세계유산 등재 신청과 자문기구 평가→세계유산위원회 상정 절차에 따라 최소 2년 6개월이 소요되었지만, 이제는 잠정목록 등재와 세계유산 등재신청 사이에 1년이 소요되는 예비심사 절차가 신설되면서 최종 등재까지 최소 3년 6개월 이상이 소요되게 되었다. 이 제도는 2027년까지는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 의무적으로 시행된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Operational Guideline for the Implem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Convention)이 변경되어, 이후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유산은 더욱 세심한 절차적 검토가 필요하게 되었다.

‘갈등과 기억에 관련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서는 장시간의 논의 끝에, 우선 현재의 등재 제도는 유지하되 별도의 실무 협의 그룹을 구성하여 추가 논의 후 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안을 결정하고, 세계유산협약 당사국 총회에도 알리기로 하였다.

이번 위원회에서 자문기구와 각 국가에서는 다양한 부대행사(Side event)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문화재청은 유산 해석 분야에서 세계 유일한 유네스코 카테고리 Ⅱ센터인 세계유산해석센터(The International Centre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Sites) 설립추진단과 지난 18일 「세계유산의 다층적 기억 : 세계유산 해석의 역할 (World Heritage with Multiple Memories : The Role of Heritage Interpretation)」을 온라인 세미나로 개최하였으며, 19일에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개최하고 외교부가 후원한 「화해와 추모를 위한 유산해석과 해설(World Heritag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for Reconciliation and Memorialization)」 학술행사도 개최하였다.

▶문화재청 협력 강화= 문화재청은 세계유산센터, 국제문화재보존복구연구센터(ICCROM), 국제자연보존연맹(IUCN),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와 역량 강화 전략의 구현과 관련하여 꾸준히 협력하고 있다. 이번 위원회에서 세계유산 관리 실무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세계유산 리더십 프로그램’과 그 외 세계유산 관련 연구에 대한 대한민국의 기여에 감사하는 언급이 있었다.

세계유산을 보유한 국가들은 등재된 세계유산에 대해 6년마다 각 지역 단위로 유산의 보존 관리 현황에 대해 세계유산센터에 보고를 시행하는데, 지금은 제3회차의 보고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위원회에서는 아랍, 아프리카 지역의 정기보고에 대한 결과가 검토되었다.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기보고는 2020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이루어졌으며, 그 결과는 2022년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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