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팬데믹에도 한류 건재…BTS·‘기생충’ 인기 콘텐츠 쏠림 현상
라이프| 2021-08-03 08:56

방탄소년단 [빅히트뮤직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팬데믹 시대에도 한류의 열기는 여전했다. 위기는 기회로 삼았다. 비대면 소비행태가 일반화되며 글로벌 OTT를 등에 업고 드라마, 예능, 영화 등이 날개를 달았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로 인해 K팝은 올해에도 성장세를 보였으며, 이민호는 여전히 신한류 천왕으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 다만, 지금의 한류는 톱스와 일등 콘텐츠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시기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정길화, 이하 KOFICE)이 발간한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2020년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시기인 2019년보다 증가했고 해외 한류 소비자들의 한류콘텐츠 소비도 오히려 전년 대비 늘어났으나, 상위 콘텐츠와 스타로 집중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최선호 한국 가수와 배우로 2018년부터 3년 연속 방탄소년단과 이민호가 꼽혔다.

방탄소년단은 2018년 10.3%의 선호도를 기록했으나 이번 조사에선 22.0%의 응답률로 2년 사이 2배 이상 인기가 치솟았다. 최선호 K팝 스타 2위에 오른 블랙핑크도 같은 기간 3.8%에서 13.5%로 껑충 뛰며 2019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1, 2위 그룹과 싸이를 필두로 한 트와이스, 빅뱅, 엑소 등 3위 이하 그룹의 격차가 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3년간 신규가수의 5위권 내 진입도 없어 인기 편중, 고착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민호

배우도 마찬가지다. 이민호(2020년 9.6%) 역시 3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가운데 2위에 오른 배우들과 4.2~6.2%의 격차를 벌이고 잇다. 이민호는 2010년 초중반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을 시작으로 ‘더 킹:영원의 군주’(2020)까지 이어지며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2위로는 현빈(3.5%)이 올랐다. 지난해 ‘사랑의 불시착’(tvN)의 신드롬급 인기로 새로이 5위권에 진입했다. 공유(2.3%) 송혜교(2.1%) 이종석(2.0%)도 3년 연속 순위권에 들며 3~5위를 차지했으나 1위와의 격차가 크다.

드라마와 영화도 상위 콘텐츠로의 쏠림 현상이 컸다. 드라마는 3년 연속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유통된 작품이 1위를 차지했고, 2위 이하와의 격차도 컸다. 2020년엔 ‘사랑의 불시착’(9.5%), 2019년엔 ‘호텔 델루나’(8.2%), 2018년엔 ‘미스터 선샤인’(4.7%)이었다. 영화도 비슷했다. 아카데미 4관왕의 ‘기생충’이 2년 연속 최선호 한국영화로 꼽혔으며 선호도 역시 압도적이었다. 지난해엔 12.4%, 올해엔 18.4%의 선호도를 보였다. 영화의 경우 1, 2위 콘텐츠와 3위권 이하 콘텐츠의 격차가 더 커졌다. 2020년 2위에 오른 ‘부산행’(10.2%)을 더해 1, 2위 콘텐츠 선호도가 38.4%인 데에 반해 3~5위 콘텐츠는 총 7.2%의 선호도를 보였다.

진흥원은 “한류콘텐츠(가수, 배우, 드라마, 영화) 인기 편중과 상위권 순위 고착화 현상은 한류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 크다”고 지적했다.

사랑의 불시착

‘2021 글로벌 한류 트렌드’에 따르면 팬데믹 시대의 한류는 전화위복을 절감했다. 비대면, 집콕(가정) 소비 보편화와 글로벌 OTT 유통망 확산은 한류를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이었다. 이로 인해 한류 콘텐츠의 전반적인 인기도와 호감도 역시 소폭 상승했다.

다만 비대면 소비 최적화 장르(게임, 애니메이션)의 신규 인기콘텐츠 부재 현상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산업의 중요도(비중)와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 변화 대응 측면에서 한류의 첨병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게임은 3년 연속 선호도 1위를 기록한 ‘배틀그라운드’가 이미 출시된 지 3년이 넘었고, 선호도 순위에 포함된 나머지 타이틀 모두 6~19년 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 역시 최초 출시한 지 22년이 지난 ‘뿌까’가 계속해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도 게임과 비슷한 우려를 낳는다.

국가별 한류 현황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국가 간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한류 대중화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한류현황지수의 경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중국 등 한류 인기 상위권에 위치한 국가들은 수치가 증가했다. 반면 영국, 프랑스, 호주, 미국 등 하위권 국가들은 오히려 지수가 하락하거나 변화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한류 소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용집중도와 이용다양성 분포를 통해서는 특정 권역 간 그룹핑 현상이 나타났다. 전통적으로 한류 대중화가 원활하게 진행되고 한류 소비도 활발한 아세안 지역과 중화권 국가들은 상위권 그룹을 형성했고 두 지역에 비해 한류 대중화가 미진하고 소비수준이 낮은 미주와 유럽 국가들은 반대 그룹을 형성하며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정길화 원장은 “2021년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류는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발맞춰 제작, 유통, 소비 등 모든 면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진화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 2017년부터 매년 발행되고 있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는 연간 한류 이슈를 분석하고 국가별 한류 현황을 요약 제시한다. ‘2021 해외한류실태조사’와 ‘2020 한류의 경제적 파급효과 연구’를 기반으로 18개국 8500명의 해외 한류 소비(이용)자 조사 결과와 한류콘텐츠 수출 관련 통계 자료 연구를 활용해 코로나19 이전 대비 한류콘텐츠 소비 증감을 비롯한 한류(한국)에 대한 인식과 소비 실태, 파급효과, 각국 한류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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