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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무주택자 울리는 衣食住 물가
뉴스종합| 2021-08-05 11:34

입을 것(衣), 먹을 것(食), 지낼 곳(住)은 인간이 존엄성을 잃지 않고 사는데 필요한 3가지 기본 요건이다. 학계에선 작금의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지 여부를 놓고 논쟁이 치열하지만 일반 서민으로선 물가는 그저 삶이고 현실일 뿐이다. 기초생활에 필수적인 의식주 물가는 더욱 그렇다.

요즘 장보기가 무서울 정도로 먹을 것을 물가는 크게 올랐다. 통계청·한국은행(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 7월보다 6.7% 증가했다. 작년 1월부터 1년7개월째 증가(전년 동월 대비)한 이 가격은 올 들어선 6~10%대의 고공 행진을 벌이고 있다. 1월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던 농축수산물은 지난달에도 9.6%로 올랐고 달걀은 57%, 마늘은 46%, 고춧가루는 34%씩 상승했다.

입을 것의 물가 오름세도 만만치 않다. 의류(신발 포함)물가는 지난달 0.2% 감소하긴 했지만 지난 6월까지 1년9개월 연속 올랐다. 캐주얼의류의 경우 2004년 9월 이후 약 무려 17년째 플러스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지낼 곳의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무주택자가 부담할 임차료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먹을 것은 줄이고 입을 것은 미뤄도 되지만 당장 살 곳은 없애거나 바꾸기가 쉽지 않다. 속절없이 부담을 고스란히 감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지난달 전세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상승, 1년3개월 연속 증가했다. 7월 증가율은 지난 2018년 2월 이후 최대이고, 지수(110.3, 2015년=100) 자체로도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임대차법 시행으로 임대료 갱신 시 상한인 5%까지 올리는 데 일반화되고, 이를 고려해 신규 계약 시 가격을 올리는 추세와 매물 부족 현상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월세는 더 무섭다. 월세는 지난달 0.8% 올랐는데 2014년 7월(0.9%) 이후 최고 상승률이자 지수(110.26)로도 역대 최대다. 지난 1년간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는 전체 임대차 거래의 40%에 달할 정도로 급증했는데, 갭투자 규제와 저금리 장기화로 전세보증금 활용도가 떨어지자 수익률 제고 차원에서 월세로 돌리거나 세 부담 전가 등의 목적으로 월세를 올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정부와 여당이 만든 임대차 3법이 전세 가격은 물론 월세 전환과 월세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서민을 위한다며 만든 법과 제도가 서민 주거 부담을 더 가중시키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월세 세입자 가구의 평균 경상소득은 3972만원으로, 1년 전보다 64만원(1.6%) 상승하는 데 그쳤다. 올 소득이 작년 수준으로 오를 경우 월세를 5만원만 올리더라도 소득 증가분이 전액 여기에 쓰이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나머지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위해선 빚이라도 내야 할 판국이다.

저성장·저금리에서는 자산소득이 근로소득을 추월하는 게 보통이다. 인위적으로 단기에 소득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 물가라도 안정돼야 자산 없는 근로소득자들의 생활이 그나마 유지될 수 있다.

gil@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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