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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일환이었던 대(對)아프간 정책, 이젠 ‘국제 리더십’ 문제로 [한반도 갬빗]
뉴스종합| 2021-08-08 09:01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은 마무리될 것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방침을 밝혔다. 지난 7월에는 8월 31일까지 전면 철군을 완료하겠다고 했다.

미군의 아프간 철군은 한국 외교에도 큰 의미가 있다. 한국은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차원에서 미국 주도의 대(對)테러 국제연대에 동참했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동의·다산부대를 아프간에 파병하고, 지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지방재건팀을 투입하는 등 아프간의 재건에 기여해왔다. 현재는 양자 공적개발원조(ODA)와 재정지원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간접 지원하고 있다.

2000~2010년대까지 아프간에서의 한국외교는 ‘한미동맹’으로 정의될 수 있다. 6·25전쟁에서 미군과 연합사령부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은 세계 20위권 경제·안보 강국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미국 본토가 사상 처음으로 공격당한 2001년 9월 11일 테러를 계기로 한국은 베트남전 다음으로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게 됐다. 고심하던 노무현 정부는 육군 의료지원단, 해·공군 수송지원단, 육군 건설공병지원단을 파병했다. 베트남전 이후 최초의 육·해·공군의 해외 파병이었다.

미국 주도의 대테러 연대로 시작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미군의 철수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득세하면서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명분은 아이러니하게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마련해줬다.

이른바 ‘도하합의’라 불리는 미국과 탈레반의 평화협상은 탈레반의 미군 및 동맹국 공격 금지와 14개월 내의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군의 철군,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의 평화협상 개시 등 3가지를 약속하고 있다. 탈레반의 합의 준수 여부는 미국이 평가한다. 미국과 탈레반 사이 합의가 타결된 이후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탈레반과의 공존, 즉 평화협상을 중재했다.

그러나 미군이 철수에 나선 이후 탈레반은 평화협상에 응하지 않고 아프간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나섰다. 불안해진 아프간 정세에 미국이 중재했던 탈레반-아프간 평화협상에 터키에서부터 유엔까지 나섰다. 당장 아프간 정부를 적대국인 파키스탄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방패로 활용했던 인도도 아프간 문제에 적극 관여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중국의 관여다.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8일 탈레반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이끄는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 방향을 논의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를 진행 중인 미국을 향해 “무책임하다”며 탈레반과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는 모습을 보인다. 왕이 부장은 탈레반 대표단을 만나 “중국은 아프간의 최대 이웃으로 주권 독립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며 내정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의 득세가 ‘미국 주도의 대테러정책 실패’와 ‘중국식 국제주의(일대일로)’를 부각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국 주도가 아닌, 중국 주도의 평화협상 개최를 제시하기도 했다. 아프간이 또다른 미중 전략경쟁의 터가 된 셈이다.

‘제국의 무덤’이라 불린 아프간은 이제 국제사회의 새로운 숙제가 되고 있다. 탈레반이 아프간 절반 이상을 장악하면서 중동 내 테러리즘의 재부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터키를 비롯한 아프간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은 난민문제를 우려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면 높아질 수록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의 대(對)아프간 전략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대아프간 관여는 더 이상 한미동맹의 일환이 아닌, 국제사회에서의 ‘리더십’ 혹은 ‘평화유지를 위한 책무’ 문제가 됐다.

실제 ‘아프간의 안정’은 미중갈등이 아닌 국제협력의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유엔아프간지원단(UNAMA)은 아프간 3개 남부 주도에서만 최근 한 달 사이 아프간 민간인 사상자만 1000명 이상 발생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유엔의 평화중재 권한을 강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군사적 수단에 의한 집권 불허용 ▷아프간 주도 원칙 ▷ 협상 통한 평화적·정치적 타결 지지 ▷국제사회의 대(對) 아프간 개발 및 인도지원 유지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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