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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 끝난 여자골프 2연패 여정 “파리올림픽에선 꼭 메달”
엔터테인먼트| 2021-08-07 13:52
박세리 감독이 7일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마지막 4라운드를 마친 고진영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 꽂지 못해 아쉽다. 2024년 파리올림픽에선 올해 같은 아쉬움을 남기지 않겠다.”

‘어벤저스’로 불리는 세계 최강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의 올림픽 2연패 여정이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도쿄올림픽서 노메달로 물러난 한국 여자골프는 3년 뒤 파리올림픽서 메달 의지를 불태웠다.

세계랭킹 2위 고진영은 7일 일본 사이타마현 가와고에시의 가스미가세키 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골프 여자부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했다.

김세영도 이날 3타를 줄이고 고진영과 함께 공동 9위로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김효주는 이날 4언더파를 적어내며 합계 9언더파로 공동 15위에 올랐고, 2016 리우 대회 금메달리스트 박인비는 5언더파 279타 공동 23위로 자신의 두번째 올림픽을 마쳤다.

2020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여자골프 대표팀. 왼쪽부터 고진영, 박인비, 김세영, 김효주. [연합]

이번 대회 금메달 후보로 기대를 모았던 고진영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쉬움이 남지만,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부족한 만큼 메달권과 차이가 난 것 같다”며 “(투어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준비하면 2024년 파리올림픽 기회도 올 것이다. 그때는 올해 같은 아쉬움은 남기지 않고 싶다. 꼭 메달을 따고 싶다”고 의지를 보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와 비교해달라는 말에 "올림픽은 많은 국민이 응원해주시고, 못했을 때 죄책감도 있는 것 같다”며 “가장 높은 곳에 태극기를 꽂지 못해 아쉽고, 부족한 부분도 많이 느꼈다”고 답했다.

고진영은 자신이 2년 가까이 지키던 세계 1위를 지난 6월 가져간 넬리 코르다(미국)가 올림픽 금메달을 차지한 데 대해 “넬리가 이번 주에 워낙 견고한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에 흐름이 중요한 골프에서 상승세가 이어진 것 같다. 저도 근성이 더 올라오는 계기가 됐다”며 눈빛을 빛냈다.

김세영(왼쪽)과 고진영이 7일 경기를 마친 뒤 포옹하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연합]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빨간바지를 입고 역전을 노렸던 김세영도 아쉬움을 표했다. 첫 올림픽인 리우 대회(25위) 때보다 순위는 올렸지만 만족할 수 없었다.

김세영은 “1·2라운드에 진영이랑 ‘치고 나갔어야 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무척 아쉽다”면서 “이번 주 내내 좀 흔들렸다. 긴장된 상황이라서 스코어가 안 좋았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파리올림픽서 세번째 도전에 나서겠다는 강한의지를 보였다. 김세영은 “안그래도 아침에 박세리 감독님께 ‘(파리에) 오실 거죠?’ 고 물었더니 ‘네가 도전하면 언니도 가야지’라고 하셨다. 꼭 나가고 싶다”고 했다.

박인비가 7일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 14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

박인비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장기인 퍼트에서 난조를 보이며 나흘간 69타-70타-71타-69타의 힘겨운 경기를 펼쳤다. 박인비는 “5년 정도 준비하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있었지만 과정이 아쉽지는 않은데 결과는 좀 아쉽다”고 말했다.

대회 첫날 “골프 인생 20년 동안 이런 더위는 처음이다. 후반엔 어떻게 경기를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라며 덥고 습한 날씨에 고생한 박인비는 특히 장기인 중장거리 퍼트가 좀처럼 홀컵에 떨어지지 않아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스스로도 “1년에 한두번 나오는 플레이가 하필 이번 주에 나왔다.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악몽같은 한 주”라고 자책할 정도였다.

박인비는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2024년 파리올림픽이 3년 남았다고 하지만, 리우올림픽 이후 5년보다 앞으로 3년이 더 긴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이번 대회에 임했다”고 했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전까지는 흐르는 물에서 미끄러져 가듯 편안하게 경기를 풀어갔는데, 리우 이후로는 젊은 선수들과 매주 경쟁하면서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5년을 보낸 것 같다”고 돌아보며 “그래도 불가능하지 않고 할만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전보다 훨씬 더 많은 힘을 쏟고 완벽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래서 3년 뒤는 좀 힘들지 않을까 생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첫 올림픽을 경험한 김효주는 “투어에서는 혼자 ‘잘할 걸’ 아쉬움이 드는데, 나라를 대표해서 오니까 다른 선수 것도 아쉬워하게 되더라”면서 “메달을 못 따서 아쉽지만, 오늘 가장 아쉽지 않은 라운드를 했다. 하고 싶은대로 해서 시원하게 끝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효주가 7일 도쿄올림픽 여자골프 4라운드 9번 홀에서 티샷을 하고 있다. [연합]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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