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에루샤’를 선점하라”…‘뺏고 뺏기는’ 명품 매장 쟁탈전[언박싱]
뉴스종합| 2021-08-12 10:01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식을 줄 모르는 인기에 이들 매장을 유치하기 위한 백화점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 샤넬 클래식 미니 핸드백 이미지.[샤넬 공식 홈페이지]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명품 매장을 둘러싸고 백화점 간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뜨겁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대표되는 명품의 인기가 갈수록 높아지는데다 명품 브랜드의 입점 여부에 따라 지역 대표 백화점의 자리가 갈릴 만큼 명품의 매출 견인 효과가 큰 탓이다.

특히나 ‘콧대 높은’ 명품 브랜드들은 다점포 운영을 꺼리는 제한된 매장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신규 백화점이 들어올 때마다 기존의 명품 매장을 뺏기지 않으려고 백화점 간 자존심 싸움을 벌여야 할 정도다.

샤넬 대구 매장, 현대에서 신세계로 이동…대구신세계 매출 207%↑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있던 샤넬 매장이 지난달 31일로 영업을 종료했다. 이에 대구 지역에서 샤넬 매장을 갖춘 곳은 대구신세계가 유일하다.

대구신세계는 지난해 말 에르메스가 현대백화점 대구점에서 빠진 한달 뒤 입점한 데 이어, 올해 초 샤넬까지 입점하면서 ‘에루샤’를 모두 갖춘 백화점이 됐다. ‘압도적 지역1번점’ 전략을 구사하는 신세계가 대구 지역에서도 독주체제의 기반을 갖춘 셈이다.

명품 덕에 실적도 날았다. 신세계의 상반기 누계 총매출액(잠정실적 기준)은 전년동기 대비 19.5% 신장한 반면, 대구신세계는 60.3% 증가했다. 특히 샤넬이 입점한 3월 월별 매출 신장률은 무려 207.7%에 달한다. 이 매장에는 오픈 첫날 개장시간 전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몰려들며 인기를 실감케했다.

현대백화점 입장에서는 2011년 입점한 샤넬이 10년만에 빠진 것이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과거 현대백화점 오픈 이후 롯데백화점이 고전하던 것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야말로 ‘뺏고 뺏기는’ 경쟁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명품 매장 유치를 위한 백화점 간의 물밑 경쟁이 뜨겁다.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모두 갖춘 대구신세계 전경. [신세계백화점 제공]

대구 지역은 지난 2003년 롯데백화점 대구가 오픈했고, 2011년 현대백화점, 2016년 대구신세계 등의 순으로 문을 열었다. 신규 점포가 오픈할 때마다 명품 매장도 이동했다. 2003년 2월 롯데 대구점 개점 때 입점한 샤넬은 2011년부터 롯데·현대 매장 2곳을 함께 운영하다가 4년 만에 롯데 매장을 뺀 바 있다.

‘콧대’ 높아진 명품에 백화점은 ‘을(乙)’ 신세 전락

백화점 간의 명품 라인업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은 신세계다. 신세계는 ‘에루샤’를 모두 보유한 점포가 본점·강남점·센텀시티점·대구점 4곳으로 백화점 가운데 가장 많다. 이외 3대 명품을 갖춘 곳은 롯데 잠실점, 현대 압구정본점,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불과하다. 대구에서 체면을 구긴 현대백화점은 판교점에 에르메스가 입점을 확정했고, 샤넬 입점도 추진중이라 그나마 자존심을 지켰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보복소비로 명품소비가 급증하면서, 명품들의 콧대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매장 유치를 위해 매장 위치, 규모, 수수료 등 경쟁사보다 유리한 계약조건을 들이미는 경우도 허다하다. 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일부 명품이 워낙 잘 나가다보니 다른 명품 브랜드들까지도 인기 명품에 견주는 수준의 수수료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명품이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긴 하지만, 일반 패션 상품 등에 비해 백화점이 챙기는 수수료가 현저히 낮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업계에서는 올해 오픈한 신규백화점의 명품 매장 유치도 관심사다. 지난 2월 더현대서울을 시작으로 이달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 27일 대전신세계 ‘아트 앤 사이언스’가 문을 연다. ‘에루샤’ 매장의 경우 백화점 오픈과 동시에 문을 여는 경우는 거의 없고 향후 실적 추이를 보고 입점을 결정하기 때문에 향후 매장 별 분위기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전신세계가 가능성이 높다고 보지만, 이미 루이비통 매장이 갤러리아타임월드에 있어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신규점포들은 명품 매장 유치를 위해 물밑경쟁을 벌이겠지만, 결국 명품업체의 낙점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oh@heraldcorp.com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