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시행 규제 밀어 붙여놓고
‘소액예외 인정’ 법 처리는 외면
40만~50만호 불법임대 우려
2000만원 벌금·징역형까지도
전세보증보험 가입 의무화가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정부와 여당의 법안 처리 지연에 임대사업자(임사자)들이 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다.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심하면 징역형까지 각오해야 할 처지다. 규제는 밀어붙여놓고, 법처리가 지연되면서 또 시장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임사자 뿐 아니라 임차인들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선에 빠진 국회, 임대사업자 대거 ‘범죄자’ 만드나=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임대사업자들은 전세보증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정부가 지난해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임차인 보호를 위해 임사자들이 받은 임대보증금에 대해 보험가입을 의무화 한데 따른 것이다. 여당인 민주당은 지난해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5000만원 이하 소액 보증금에 대해서는 예외를 둔다. 사실상 소형 오피스텔이나 방 한칸 월세 보증금에 대해서까지 보험을 의무화할 경우, 서민 특히 청년층과 영세민들의 주거비용 부담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한 것이다. 아울러 서울 기준으로 5000만원(보증금은 1억5000만원이하)은 최우선 변제금액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법적인 보호가 가능하다.
이때문에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5000만원 이하 소액 임대주택은 보험보험 가입 예외 대상으로 분류한 것이다. 전체 등록임대주택 140만 호 중 약 30%인 40만~50만호가 예외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하지만 법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18일 전까지 법이 통과해야만 하는데, 법사위에 묶여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여당의 예외 인정 방침을 믿고 있던 수십만명의 임사자들이 하루 아침에 범죄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나마 정부가 나서 보증보험 가입 기준 완화안은 오는 18일 이전 고시 개정을 통해 보완하겠다고 나섰지만, 여당 내 의견 합의와 법안 반영 방향이 달라질 가능성도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그래도 세입자 보호 위해 보증보험 의무 강화=임사자 보증보험 가입 조건을 강화한 것도 뒤늦게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세입자 보호를 위해 보증보험 가입 대상 주택의 보증금 포함 대출 비율이 60%를 넘지 않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임사자 압박 정책은 오히려 월세 부담 증가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단번에 부채를 낮추기 힘든 만큼, 보증금을 낮춰 보증료도 줄이고, 부채비율 60% 이하라는 보증보험 조건도 만족시키며 범법자가 되길 회피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상당수 임사자의 임대주택이 시세 파악이 힘든 단독이나 다세대주택이라는 점이다. 정부는 시세 파악이 힘든 이들 주택에 대해 공시가격에 일정 비율을 곱해 시세를 대신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현행보다 10%포인트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행 가격에 따라 120%에서 130%인 다세대, 연립, 아파트 등 공동주택은 130%에서 140%로, 150%에서 170%인 다가구 포함 단독주택은 160%에서 180%로 비율을 올리는 것이다.
부채비율 산정 기준인 집값을 올려 가입 요건에 맞지 않았던 임사자들의 가입을 유도하면서, 세입자 보호도 보다 강화된다는 게 정부의 논리다.
이와 관련 임사자들은 소액 보증금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면서도, 한 쪽에서는 대상을 억지로 늘리려는 모순된 정책을 성토했다. 보증보험 의무가입이 세입자에게는 월세 가격 인상, 임사자에게는 부담 증가만 불러오고, 이익은 보증보험 회사만 얻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보증보험 가입이 안됐던 임사자들도 가입을 할 수 있고, 기존 가입 대상 임사자 중 경우에 따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있다”며 “집값 기준을 올리고 예외도 인정하는 것 모두 임사자들에게 유리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최정호·민상식 기자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