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중국 공산당에 장악된 홍콩…인구 9만명 급감·예금 1조원 유출
뉴스종합| 2021-08-13 11:13
홍콩 의회 앞에 설치된 차단시설에 “홍콩인들이여, 복수하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홍콩에서는 중국 당국이 강압적으로 추진한 홍콩보안법이 시행된 지난해 7월 이후 1년간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급증해 인구가 1년새 9만여명이 줄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중국 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사실상 홍콩 권력층을 장악한 가운데 지난 1년간 홍콩 인구가 9만여명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인구는 1년간 1.2% 줄어 약 739만명으로 떨어졌다.

2003년 이래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던 홍콩 인구는 지난해 중순 750만명까지 도달했다가 1년 새 역대 최대로 폭락한 것이다.

폭락이 시작된 지난해 중순은 홍콩보안법이 통과되고 시행되는 등 중국 공산당이 홍콩 권력층을 장악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던 때다.

중국 당국은 홍콩보안법을 5월 통과시켰고, 7월 신속히 시행에 들어갔다.

하지만 홍콩 당국은 홍콩의 인구 감소가 정치적 이유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홍콩 정부 대변인은 “수많은 사람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지만, 그 사람들 중 상당수가 유학이나 일자리 등을 이유로 떠난 만큼 이민이라는 개념과는 다르다”는 논리를 폈다.

그는 또한 홍콩의 인구 감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방역 규정이 강화돼 외부에서 홍콩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홍콩보안법 영향을 강조하는 반론도 만만찮다.

잎시우파이 홍콩대 사회행정학과 석좌교수는 홍콩의 인구 감소는 사회에 경고성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물론 유학이나 일자리 때문에 떠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지난 1년간 9만여명이 홍콩을 떠났다는 것은 이민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홍콩의 교육 시스템과 발언의 자유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면서 “시민들은 이러한 공포 분위기에서 선택권이 있다면 홍콩을 버리고 이민을 떠나는 쪽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잎 교수는 과거 홍콩 행정부 인구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그는 과거 경험을 돌이켜보면 향후 1~2년간 홍콩의 인구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당국은 이와 관련 홍콩인들의 걱정거리를 해결해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런 추세를 방치하면 홍콩에서 이민을 떠나는 분위기가 확고하게 자리잡을 것이라면서 당국은 일단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콩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홍콩 은행에 예치된 현금도 해외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

홍콩 금융당국 자료에 따르면 홍콩에서 이민을 떠나며 정리된 계좌의 금액 액수가 66억홍콩달러(약 1조원)에 달했다.

지난 1년간 홍콩을 떠난 사람들의 숫자는 8만9200여명에 달한다. 같은 기간 중국 본토에서 홍콩으로 이주한 사람들 숫자 1만3900명보다 월등히 많다. 2019년~2020년 홍콩에서 이민을 떠난 사람 숫자는 2만900여명에 불과했다.

1년간 홍콩의 사망자는 5만400명, 출생자는 3만8500명에 달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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