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 거래·관리방식에 큰 변화
매물·실거래가 등 실시간 파악
현장 안가도 VR·AR 통해 답사
발전 가능성에 대기업도 ‘참전’
지난 17일 오후 국토교통부가 개최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선방안’ 온라인 토론회. 중개보수를 내려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자 정부가 공인중개사업계와 소비자단체와 토론을 벌였다. 기본 배경은 폭등한 집값과 IT기술 발전으로 시장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주택 산업을 움직이던 규칙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3~4년간 시장의 관심이 폭등하는 집값에 쏠린 사이 주택을 거래하고 관리하는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부동산(property)과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일명 ‘프롭테크(proptech)’가 몰고 온 일대 혁신이다. ▶관련기사 2면·18면
변화는 꽤 단기간 일어났다. 집이든 건물이든 부동산을 사려면 원하는 지역에 어떤 매물이 나왔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파악해야 한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과정은 거의 100% 중개업자에 의존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조용하지만 빠르게 상황이 바뀌었다. 다양한 프롭테크 기업들이 거래 가능 매물, 실거래가, 거래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현장을 안 가도 VR·AR(가상·증강현실)을 통해 임장(현장답사)을 체험할 수 있다. 기술적으론 중개업소를 거치지 않아도 매물 확인부터 전자계약까지 주택 거래에 필요한 모든 업무를 할 수 있다.
이제 주택 수요자들은 중개업소에 가기 전 모바일 검색이 일상이 됐다. 대부분 정보를 다 파악하고, 중개업자에겐 확인 과정만 거친다.
프롭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2017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유일 프롭테크 관련 사단법인인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2016년 연간 국내 프롭테크 기업들이 받는 투자금액은 모두 합해도 472억원에 불과했다. 그 전엔 그보다 훨씬 낮았다. 하지만 2017년 1380억원, 2018년 1717억원, 2019년 6179억원, 2020년 1834억원 등 투자가 폭발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비대면 거래’가 중요해지면서 투자는 더 늘고 있다. 올 5월까지 프롭테크 스타트업 누적 투자 유치금액은 1조6914억원(108개사 기준)이나 된다. 프롭테크 기업은 계속 증가세다. 2018년 11월 프롭테크포럼이 창립할 때 참여사는 26개에 불과했다. 현재(2021년 8월 기준) 275개사까지 늘었다.
기존 대기업도 프롭테크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프롭테크포럼 회원사 중엔 직방, 야놀자처럼 창업한지 10년도 안된 기업도 있지만, 현대건설, KB국민은행, LG전자, KT, 삼우, 서브원, 에스원 같은 대기업도 새로 뛰어들었다.
프롭테크 사업영역도 기존 매물 중개 영역을 넘는다. 기존 부동산 관련 모든 산업에 인공지능(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블록체인 등 첨단 IT기술이 더해지면서 가치평가, 부동산 관리, 공간관리, 건설 프로젝트 개발, 투자 및 자금조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프롭테크 산업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중 부동산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나라가 7.3% 수준으로 일본(12.8%), 미국(10.3%) 등과 비교하면 많이 낮은 수준이다. 프롭테크를 통한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는 “아직 2조원 수준에 불과한 우리나라 프롭테크 기업들이 창출할 수 있는 부동산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성우 프롭테크포럼 의장(직방 대표)은 “최근 흐름만 보면 향후 3~4년 안에 지금보다 10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일한 기자
jumpcu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