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얼굴을 봐야 연애를 하지”…코로나에 ‘자만추’ 포기하는 청년들 [촉!]
뉴스종합| 2021-08-27 10:44
[망고]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 1. 미술학원강사인 30대 여성 A씨. 지난해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1년이 지나도록 새로운 연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를 못 잊어서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람을 직접 만날 기회조차 사라졌기 때문이다. A씨는 “예전에 비해 자연스럽게 인연을 만들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 같다”며 “이제는 결혼정보회사나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2. IT기업에 근무하는 20대 남성 B씨도 최근 인연을 찾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이후 1년 넘게 재택근무가 진행되면서 집 밖에 나가는 일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친구들과 만나는 것마저 쉽지 않아 소개팅을 하기조차 어렵다는 것이다. B씨는 “자연스러운 만남은 고사하고 소개팅을 하기도 힘든데 여자친구는 어떻게 만들겠냐”며 “이제는 여친 만들기는 포기하고 다른 일에 에너지를 쏟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대면활동이 힘들어짐에 따라 인연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은 커져만 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만 하더라도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 ‘자만추’가 등장할 만큼 운명적인 인연을 추구했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에는 더는 운명적 만남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될 전망인 만큼 이런 경향은 혼인률의 감소, 더 나아가 출산율 감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7일 결혼정보업체 A사에 따르면 올해 1~6월 A사 가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7% 증가했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어려운 상황에서 결혼정보업체에 의존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엿볼 수 있다.

A사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자연스러운 만남만 추구하며 인연을 찾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됐다”며 “이에 소개팅 앱이나 전문업체 등의 서비스를 통해 만남을 가지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고, 인위적인 만남에 대한 거부감 또한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841명으로 집계됐다. 52일째 네 자릿수 신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수도권은 지난달 12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최고 단계인 4단계가 적용 중이다. 이에 따라 오후 6시 이후로는 3명 이상 집합이 금지됐으며, 오후 9시 이후로는 식당·카페 내부 이용도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대면 접촉에 대한 부담감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에 심리적 위축감마저 드는 상황이다.

결국 이런 문제는 출산율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 통계(확정)’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영향을 끼친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1년 전에 비해 3만300명(10.0%) 감소했다. 연간 출생아 수가 20만명대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2001년 55만9900명을 기록했던 출생아 수가 19년 만에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인 0.84명이었다. 역시 전년에 비해 0.08명 감소한 수치다.

이에 대해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불안감에 따라 연애를 하지 않아 혼인율 역시 많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향후 몇 년은 출산율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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