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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이 납득 못할 것” 靑 스스로 인정한 부동산 통계 [부동산360]
뉴스종합| 2021-08-28 12:01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OECD 평균 집값 상승률이 7.7%인데 한국은 5.4%에 불과하다. 다만 이를 설명한다고 해도 국민들께서 쉽게 납득 못 하는 상황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말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정책실장은 최근 국토연구원이 발간한 ‘OECD 부동산 통계지도’를 인용해 여당 의원들에게 이 같이 말했다.

5억원에 산 아파트가 10억원을 넘고, 서울 강남과 용산에서는 평당 1억원하는 아파트가 속출하는 문재인 정부를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이날 이 실장의 발언대로 쉽게 납득하지 않았다. 과거 통계청장의 경질 파문을 언급하며 ‘정부의 통계 조작’이나 최근 여당의 언론관련법을 예로 들며 ‘거짓 뉴스 양산’이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를 의식한 민주당 대변인이 먼저 나서 “부동산 정책을 이렇게 잘했다는 건 아니다. 국민들이 납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국민들이 이런 데이터나 자료로 위안받지는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해명했을 정도다.

OECD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각 국가별 집값 자료에 따르면 이 실장의 발언은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종합주택유형 매매가격지수 자료를 정부가 OECD에 제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국토연구원이 화려한 그래픽과 함께 자료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실장은 청와대에서 이를 읽고, 다시 여당 의원들에게 말한 것이다.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한국 집값 5.4% 상승은 지난해 4분기 집값을 이전 2019년 말 집값과 비교한 수치다. 2020년 한 해 집값 상승률을 의미한다. 부동산 가격이 매주, 매달 신고가를 새로 쓰고, 또 전월세 2법 통과로 전세 불안도 극에 달했던 2020년을 몸소 경험한 많은 사람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수치인 것 또한 사실이다.

한국부동산원의 5.4%라는 연간 상승률 집계의 비밀은 아파트와 연립, 단독 주택의 구분에 숨어있다. 부동산원이 올해 1월 발표한 ‘20년 12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 보고서’ 끝 무렵에는 조사대상으로 아파트가 1만7190가구, 연립주택은 6350가구, 단독은 4820가구가 포함됐다고 밝혔다.

그리고 전국 기준 11월과 비교한 12월 가격은 아파트가 1.52% 상승했고 연립주택은 0.18%, 단독주택은 0.06% 상승에 그쳤다. 주택 유형별 집값 상승률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실제 지난해 전국 아파트 가격 지수는 5.4%라는 평균보다 높은 7.6%가 올랐다고 부동산원 통계는 말하고 있다.

공시가격 상승률

그래도 한 자리 숫자의 상승률은 여전히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민간 지표인 KB국민은행 자료와도 차이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 부동산원 통계가 서울 아파트 가격이 2.50% 상승했다고 말했을 때 KB국민은행은 10.19% 상승했다고 답했다. 4배 넘게 차이가 난 것이다.

더욱이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것은 정부가 스스로 만들어 발표한 공시가격 상승률과의 차이다. 2020년 주택가격 상승분을 바탕으로 2021년 발표한 정부의 공동주택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국 평균이 19.08%, 세종시는 무려 70.68%에 달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3.01% 오른 게 부동산원의 통계지만 공시가격 상승률은 19.91%였다. 제주도는 아파트값이 1.95% 떨어졌지만, 공시가격은 1.72% 상승했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70.68%에 달하는 세종의 아파트값 상승률은 44.93%로 25% 포인트 이상 차이 난다.

같은 정부가 집값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쓴 통계자료와,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매긴 기준 가격의 차이가 너무 큰 것이다. 한 쪽에서는 정부가 “집값이 안정됐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 쪽에서는 “많이 올랐으니 세금도 더 내라”고 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보이는 앞뒤가 다른 집값 해석에 세금을 내야하는 국민, 또 집을 사야만 하는 국민 모두 이해하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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