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일반
최후의 미 항공기 카불서 이륙하자, 폭죽 터졌다 [20년 아프간전 종식]
뉴스종합| 2021-08-31 10:42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30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이륙하자 이를 지켜보던 탈레반 대원들이 축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마지막 미군이 떠나자, 탈레반은 축포를 쏘아올렸다.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 시한인 31일(현지시간)을 불과 1분 남겨둔 30일 밤 11시59분.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미군의 카불 현지 대피 작전을 지휘한 크리스토퍼 도나휴 미 육군 82공수사단장과 로스 윌슨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대리를 태운 마지막 C-17 수송기가 이륙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주둔 미군 철군 시한으로 잡은 31일 밤 11시 59분까지 24시간이 더 남았지만, 하루 전 미군의 마지막 수송기가 아프간을 뜬 것이다.

AP에 따르면 탈레반 대원들은 어둠 속에서 마지막 미군 수송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승리를 자축했다. 실제로 이들이 쏘아올린 불꽃놀이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공항 주변 도로에서는 이를 축하하는 자동차 경적과 휘파람,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자동차들은 헤드라이트 불빛을 비추고 모인 군중 주위로는 음악이 연주됐다.

2001년 시작된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의 전쟁,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이 20년 만에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탈레반 간부 아나스 하나키는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다시 역사를 만들었다”며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20년 아프가니스탄 점령이 오늘 밤 끝났다”고 밝혔다.

카불 공항을 경비 중인 한 탈레반 대원은 “이 행복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면서 “20년에 걸친 우리의 희생이 마침내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31일 백악관에서 아프간 전쟁 종료와 관련해 대국민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8월 31일 이후 아프간 주둔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나의 결정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이후에도 탈레반이 아프간에서 떠나려는 사람의 안전한 통행을 보장했다면서 전 세계가 탈레반이 이 약속을 지키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이전 24시간 동안 1200명의 사람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탈레반의 수도 카불 점령을 앞둔 14일 본격화한 보름여의 대피작전 기간 아프간에서 대피한 외국인 및 현지 조력자는 총 12만3000여명이 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 기간 6000여명의 미국인이 아프간을 떠났으며, 100명 이하 미국인이 아직 아프간에 남아 있다.

미 당국은 앞으로 이들의 대피작전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대피작전을 위해 카불 공항을 통제하던 미군도 모두 떠난 상태여서 당분간 아프간에서 국외로 대피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카불 공항은 탈레반 통제에 놓였고, 관제 서비스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카불 공항에서 더 이상 항공교통 관제 서비스가 없다면서 미 민간 항공기의 아프간 상공 운향을 전면 금지했다.

탈레반은 자체적으로 국제선과 국내선 등을 조만간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모하마드 나임 탈레반 대변인은 “항공편 운항 재개는 우리의 우선순위 중 하나”라면서 “우리 목표는 국내뿐 아니라 바깥 세계와의 소통과 항공기 운항을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뒤 마지막 미군이 30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을 떠나자 아프간 상인이 탈레반 깃발을 팔고 있다. [AP]

아프간전은 9·11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라덴에 대한 인도 요구를 당시 아프간 정권을 쥔 탈레반이 거부하자, 미국이 동맹국들과 합세해 아프간을 침공함으로써 시작됐다.

미국은 탈레반을 축출한 뒤 친미 정권을 세우고 2011년 5월 빈라덴까지 사살했지만 전쟁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철수한다는 합의를 탈레반과 지난해 2월 맺었다.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올 4월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 아프간전 종식 의지를 공식화했다. 7월 8일에는 아프간 미군 철군 시한을 8월 말일로 못박았다.

아프간전은 미국과 아프간 모두에 큰 상처를 남겼다. 4월 기준 아프간전으로 희생된 이는 약 17만 명으로, 아프간 정부군(6만6000명), 탈레반 반군(5만1000명), 아프간 민간인(4만7000명) 등 아프간 측 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미군은 2448명이 숨졌고 미 정부와 계약한 요원 3846명, 나토 등 동맹군 1144명 등 미국과 서방국도 역시 적지 않은 희생을 치렀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 비용은 1조달러(1165조 원)에 달한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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