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학사, 폐플라스틱 분해해 석유화학 원료 추출 총력
韓 분리수거 체계 열악…양질 플라스틱 확보 어려워
2050 재활용시장 600조…분리수거 개선이 우선과제
SK·롯데·효성, 분리수거 체계 개선·기술확보에 투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국내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선별은 대부분 영세업체 중심으로 이뤄진다. 재활용 수준은 열악하고, 품질도 중저급이다. 수거된 플라스틱도 대부분 오염되다보니 다시 원료로 쓰기에 한계가 있다"
SK지오센트릭(전 SK종합화학)은 지난 달 31일 '브랜드 뉴 데이'에서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 수준을 이같이 진단하며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를 위해 사명을 변경하고, 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을 맞춘 사업 구조의 대전환을 선언했다.
한국 그린피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포함한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13% 수준(2017년 기준)에 그친다.
플라스틱 쓰레기를 깨끗이 씻은 후 파쇄기 같은 기계로 분해하면 그 분쇄물에서 석유화학 원료를 뽑아 낼 수 있다. 이는 다시 플라스틱 제품이나 섬유 생산에 투입된다. 다만 색이 있거나 음식물 같은 이물질로 오염된 플라스틱 용기에선 고순도의 원료를 뽑아낼 수 없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리사이클(recycle) 체계가 잘 구축된 일본과 대만 등 해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입하는 실정이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전 SK종합화학)이 8월 31일 '브랜드 뉴 데이'에서 친환경 재활용 사업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
그러나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 '질 좋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2050년 글로벌 폐플라스틱 재활용 시장 규모가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플라스틱 쓰레기도 돈이 된다'는 판단 하에 가장 밑바닥 단계인 분리수거 체계부터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고급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고 있다.
SK지오센트릭은 각 지자체와 손잡고 쓰레기 선별장을 대형화, 지하화, 현대화해 질 좋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많이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SK텔레콤의 디지털 기술, 인공지능(AI) 등 그룹의 역량으로 국내 쓰레기 수거 및 선별 체계를 개선, 양질의 플라스틱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은 수거한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고순도 석유를 뽑는 대규모 설비도 울산에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기존에는 재활용할 수 없었던 오염된 플라스틱이나 여러 소재가 섞인 플라스틱도 재활용하기 위해 선진 기술을 보유한 미국 브라이트마크,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와 손잡았다.
롯데케미칼 김교현 대표이사(왼쪽)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설치된 폐페트병 회수장비 '네프론'에 페트병을 넣고 있다. [롯데케미칼 제공] |
롯데케미칼도 지난해 1월부터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 롯데마트에 폐페트병 회수장비 '네프론'을 설치하며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에 나섰다.
경기 성남시에도 투명 페트병만 수거하는 분리배출대를 설치했다. 분리배출대는 투명 페트병, 라벨, 뚜껑만을 따로 버릴 수 있도록 별도의 수거함으로 제작됐다. 페트병과 다른 플라스틱을 섞어 버리는 현 체계를 개선하고, 올바른 분리수거에 대한 인식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모인 폐페트병에서 섬유를 추출해 신발, 의류, 가방 지갑 등을 만들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폐페트병 분쇄 및 제조는 금호섬유공업과 디와이폴리머가,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섬유원사 제작은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재활용 섬유 원사를 활용한 제품 제작은 사회적기업 LAR, 비욘드, 리벨롭이 맡았다.
롯데케미칼은 울산2공장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11만t 규모의 폐페트 재활용 공장도 건설하기로 했다. 여기서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분해해 원료를 얻고 이를 활용해 다시 친환경 페트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효성그룹도 일찍이 지자체와 손잡고 분리수거 인식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효성티앤씨가 서울에서 버려진 페트병으로 만든 섬유를 활용해 만들어진 내셔널지오그래픽의 후드 티셔츠.[효성티앤씨 제공] |
효성티앤씨는 지난해 제주도와 손잡고 친환경 프로젝트인 ‘다시 태어나기 위한 되돌림’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도개발공사로부터 공급 받은 폐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뽑아내 가방제조 스타트업과 제품을 제작한다.
여수, 광양 지역에서 수거한 폐페트병으로도 친환경 섬유를 생산해 광양제철소 직원들의 작업복 제조에 투입하기로 했다. 부산시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그동안 버려졌던 폐어망을 분리수거해 섬유를 생산할 계획이다.
효성티앤씨는 어망의 불순물을 제거해 원료의 순도를 높여주는 해중합 설비도 구축해 친환경 재활용 섬유 사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joz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