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에 김치?...‘집밥’이 변했다 [언박싱]
뉴스종합| 2021-09-07 09:15
[이마트24 제공]

[헤럴드경제=오연주 기자] #. 업무를 마치고 저녁 준비에 나선 워킹맘 이은하(가명·44세)씨는 새벽배송으로 주문한 밀키트 차돌 순두부찌개 포장을 뜯어 초등학생, 중학생 두 자녀와 먹을 메인메뉴를 준비한다. 집 근처 반찬가게에서 산 오징어채와 깻잎무침까지 반찬통에 옮겨담고, 간단히 계란후라이만 두개 하면 저녁 식탁이 완성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식탁 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집밥’이 늘어났지만, 이제 집밥은 집에서 먹는 밥을 의미할 뿐 과거처럼 집에서 직접 만든 밥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가정간편식(HMR), 밀키트 산업은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고 배달음식이나 반찬을 사서 조리를 최소화하는 라이프스타일도 늘어나고 있다.

이씨는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라서 개학해도 학교를 안 가는 날이 많다”며 “재택근무하면서 매 끼니 식사까지 준비하기가 어려워 밀키트나 HMR을 이용하는 일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헤럴드경제가 티몬과 함께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20~60대 티몬고객 7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집밥으로 가장 자주 먹는 형태를 묻는 질문에 절반 가량이 번거로운 요리 대신 HMR, 밀키트, 배달 등 간편한 방식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직접요리해서 먹는다’는 응답이 54.8%로 여전히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나머지는 HMR·밀키트(17.4%), 배달음식(포장포함, 14.6%), 마트·반찬가게 등의 반찬 이용(8.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HMR, 밀키트 이용에 변화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2.8%가 ‘구매 빈도가 늘어났다’고 응답했다. ‘처음 구매해봤다’는 응답도 19.9%를 차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앞서 발표한 ‘2020 식품소비행태조사’에서도 HMR을 주 1회 구입하는 가구의 비중이 2020년 15.5%로 전년대비 1.8%p 증가했고, 주 2~3회 구입하는 가구도 10.4%로 같은 기간 3%p 늘었다. 이 조사는 가구 내 식품 주구입자(3335가구), 성인(6355명) 및 청소년 가구원(62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맞추다 보니 가정 내 식사횟수가 늘었다는 응답은 61.7%, 외식횟수가 줄었다는 응답은 57.9%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줄어든 외식 식사는 주로 가정 내 조리(신선식품 활용), 배달음식, 가정 내 가공식품 섭취, 테이크아웃 음식 순으로 대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현주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생활에서도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비대면 방식의 소비가 증가했다”며 “언택트 방식을 활용한 식품소비 행동은 코로나19 감염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소비자의 위험감소전략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제공]

집밥의 변화가 빨라진 데는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짓는 고충을 말하는 신조어)의 영향도 크다. 티몬 설문조사에서 직접 요리하지 않는 이유로 ‘조리가 번거롭다’는 응답이 47.8%로 가장 높았다. HMR, 밀키트의 장점으로 ‘요리가 편리하다’는 점을 꼽는 응답 역시 64.5%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한식차림의 기본인 국물요리는 재료손질부터 조리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음식 중 하나로, HMR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메뉴도 국·탕·찌개류가 56.9%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조리과정이 아예 필요없는 음식배달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는 주 1회가 43.2%로 가장 많았으며, 주2~3회까지 합치면 일주일에 한번 이상 음식을 배달시키는 경우는 74.8%에 달했다.

코로나19 이후 HMR, 밀키트 산업은 날개를 달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은 2015년 2조2080억원 규모였으나, 올해 5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밀키트 시장은 연평균 31% 성장하며 오는 2025년 7000억원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밀키트 시장 규모는 1882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급증했다.

한편 HMR, 밀키트의 단점으로는 ‘과대포장으로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43.8%)를 지적하는 응답이 높았으며, ‘가격이 비싸다’(29.2%)가 그 뒤를 이었다. 위생 면에서는 믿고 먹는 소비자가 많았지만 영양 측면에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육개장과 설렁탕 간편식 15개 제품의 품질과 영양성분 함량 등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제품 한 개당 나트륨 함량은 1일 기준치(2000㎎)의 48∼97%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반면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함량은 0~3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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