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박범계, ‘고발사주 의혹’ 수사 시사…직권남용 성립은 ‘글쎄’ [촉!]
뉴스종합| 2021-09-07 09:24
국민의힘 이준석(오른쪽) 대표와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서 비공개 면담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박상현 기자] 대검찰청 감찰부가 진상조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이 수사로 전환될 조짐을 보인다. 고발 사주가 사실이라면 대선에 뛰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정치적 책임과 별개로 직권남용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공수처는 전날인 6일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윤 전 총장,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직권남용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의 고발장을 분석조사담당관실에서 검토 중이다. 우선 자료 확인 후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 부서는 정식 입건을 해야 결정된다. 이와 별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법무부와 대검의 합동 감찰은 물론, 수사 체제 전환 가능성을 고려하겠다고도 언급했다. 지난 2일 탐사보도매체 ‘뉴스버스’의 보도로 시작된 의혹이 형사사건으로 옮아붙어 가는 셈이다.

수사가 시작된다면 이 사건의 핵심 혐의는 ‘직권남용’이다. 범여권 정치인과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이 윤 전 총장 측에서 야당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이번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윤 전 총장의 직권남용이 있었냐는 것이 핵심이다. 윤 전 총장의 형사책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선 윤 전 총장이 의혹의 구조상 ‘직권남용의 상대방’으로 지목된 손 검사에게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는지’가 규명돼야 한다.

법조계에선 기존 직권남용 판례와 현재까지 보도에 비춰볼 때 윤 전 총장의 고발 지시가 있었다고 가정해도 정치적 책임을 넘어 형사책임을 묻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차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고발을 지시했다면 매우 부적절한 행위로 비난받을 일은 맞지만 판례상 직권남용죄 형사처벌 대상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법원은 직권남용죄 성립 기준을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인데 일단 기본적으로 문제된 행위가 해당 공직자의 직무권한 범위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윤 전 총장이 손 검사에게 고발장 작성을 지시했다 하더라도 부적절한 월권행위에 해당할지언정 직무권한 내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게 기존 판례의 논리다.

이러한 법원 판단의 대표적 예가 ‘사법 농단 사건’이다.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시절 후배 판사들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직권남용)로 기소된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1·2심 모두 부적절한 행위라고 지적하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 관여가 형사수석부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이다.

또 윤 전 총장과 부인 김건희 씨가 명예훼손 피해를 봤다며 고발장을 작성하도록 한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사적인 업무 지시에 해당해 직권남용죄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판례 입장이다. 앞서 대법원은 다스 횡령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을 확정했는데 다스 미국소송 지원 등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는 무죄로 결론났다. 사적인 업무 지시여서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권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대선이 점점 임박하는 상황에서 향후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윤 전 총장 소환조사가 이뤄지고, 기소로도 이어지면 형사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정치적 치명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호사는 “유죄 여부를 떠나 고발 사주가 이뤄졌다는 것만 밝혀져도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난을 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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