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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병기 연예톡톡]‘D.P.’의 메가톤급 반응이 의미하는 것
엔터테인먼트| 2021-09-09 09:51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D.P.’가 사람들 사이에서 화제다. SNS에는 온통 ‘D.P.’ 이야기다. ‘D.P.’는 탈영병들을 잡는 헌병대 군무 이탈 체포조(D.P. Deserter Pursuit의 약자)에 관한 스토리다.

정해인과 구교환이 한 조가 돼 탈영병을 잡으러 다니는 수사물 형태지만, 군내부에 존재하는 폭력과 가혹행위 등 군의 부조리 문제, 병사의 집안환경과 심리, 다른 조직사회에도 존재할만한 지휘관끼리의 기싸움과 갈등 등 사회적인 의미로 확산되는 콘텐츠다.

정해인과 구교환이 탈영병들을 잡으러 나갔다가 그들이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이유를 알고, ‘잡는’ 게 아니라 ‘구하게’ 되는 아이러니의 울림은 크다.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는 누구나 대하소설급이다. ‘D.P.’를 보면 한국 남성에게는 괴로웠던 군복무 기억을 소환하며 저절로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게 만든다.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온다는 반응도 발견된다.

여성들에게 군대 이야기는 외면받을 줄 알았는데, 많은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있다. 해외에서도 관심과 반응이 뜨껍게 나타나고 있다.

‘D.P.’가 공개되자 사회 각계각층에서 큰 반응이 쏟아지고 있는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홍준표 의원 등 여야 대권주자들도 ‘D.P.’과 관련된 군 경험과 문제 해결책을 던지고 있다. 정치권에 의해서도 주목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반향이 크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이렇게 메가톤급 반응을 낳고 있는 ‘D.P.’가 왜 이제야 만들어졌을까? 그것도 글로벌 OTT인 넷플릭스에서 제작했을까?

우리 드라마는 여성들이 메인타깃이다. 채널선택권을 가진 여성들이 좋아할만한 로맨스물, 가족극과 의사와 법정 이야기를 다룬 장르물을 주로 방송한다. 군 문제를 직설적으로 다룬 콘텐츠는 굳이 다루고 싶지 않은, 여성들이 원치 않는 소재다.

하지만 이런 발상은 선입견과 편견이다. ‘D.P.’는 실제 디피병으로 복무했던 김보통 작가의 웹툰 ‘D.P 개의 날’이라는 원작이 있다. ‘IP화(지식재산)’하기에 훌륭한 소재인 이를 가만히 나눴을 리가 없다. 이미 케이블 등의 기획자들이 드라마화를 제의했지만 시원하게 까였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드라마를 제작하는 관계자들은 앞으로 새로운 논의가 필요함을 역설한다.

‘D.P.’ 출연했던 배우들이 모두 실감나는 연기를 펼쳐 호평 받았다. 계급이 가장 높은 배우가 나이가 가장 어린 배우였다는 사실도 밝혀져 웃음을 유발시켰다.

현병대장인 천용덕 중령 역인 배우 현봉식은 대위 손석구, 중사 김성균, 심지어 상병 구교환보다 나이가 어리다. 후임들을 괴롭히다 제대하는 황장수 병장 역의 신승호는 상병 구교환과 이병 정해인, 일병 조석봉역을 맡은 조현철보다 한참 어린 1995년생이다. 게다가 군 미필이다. 하지만 신승호의 연기는 병장으로 만기제대한 그 어떤 배우보다 훌륭하다. 선임으로부터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면서 점차 변하는 조석봉 일병을 연기한 배우 조현철도 엄청난 존재감을 뽐냈다.

‘D.P.’를 시청하고 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명령과 복종으로 움직이는 군 병사들의 막사 내무반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양 쪽으로 길게 펼쳐진 침상에서 계급 차이가 있는 20대 청년 십수명이 함께 생활하고, 거기서 나란히 누워 자는 문화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군인도 일과후에는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퇴근 후에도 '나'를 괴롭히려는 자들이 십수명이 있는 구조는 '사고'를 낳을 수밖에 없다.

어쨌든 대한민국 군대가 조금 더 좋아지는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면 ‘D.P.’의 효용가치는 충분하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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