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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표현 삭제해달라”…논란 된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뉴스종합| 2021-09-18 09:01
혐오 금지 관련 이미지. [123rf]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대학생들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나오는 혐오 표현 규제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생들의 공론장으로서 규제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학생 개인의 온라인 내 사생활에 대한 과도한 규제 요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는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에브리타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에브리타임은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혐오 표현 금지를 포함하라”며 “혐오 표현을 근절하기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발표하라”고 강조했다. 또 혐오 표현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한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에브리타임에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 시스템이 반드시 혐오 표현을 걸러내거나 블라인드(가림) 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브리타임은 전국 396개 캠퍼스, 523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대형 소셜 커뮤니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대학생들이 몰리면서 에브리타임은 대학과 관련한 정보를 서로 얻고 학생 간 여론을 형성하는 주요 통로가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혐오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이 커뮤니티에 제기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서울 시내 주요 대학교의 에브리타임 게시판에서는, 올해 도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광주여대) 씨에 대한 쇼트커트 논란이 강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일부 사회연결망서비스(SNS)에서 “안씨가 숏컷(쇼트커트)이고 여대 출신이며 자신의 SNS에 남성 혐오성 표현을 썼다”고 주장하자, 이에 일부 에브리타임 사용 대학생들은 안 선수를 과도하게 비난하거나 조롱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유니브페미는 “대학생들은 에브리타임 사용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혐오 표현과 마주치고 이에 피로감을 느끼지만, 에브리타임 이외에 다른 공론장은 형성돼 있지 않다”며 “에브리타임 안에서는 교내외 사건이 소개되고 다양한 의견이 부딪치며 공론장이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강의실보다도 이곳에서 더 많은 토론이 발생하고 있다”며 “에브리타임에서 형성된 여론이 학내 공식 기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단체는 “에브리타임은 기존 사회의 관성적인 혐오를 그대로 내부화하는 커뮤니티”라며 “일부 사용자들이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하고 있으나 에브리타임은 혐오 표현을 제재하지 않고, 신고 누적으로 인한 자동 삭제 시스템을 설정하는 방식을 취해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일부 대학생은 규제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홍익대에 재학 중인 3학년 윤모 씨는 “대학생 때일수록 표현의 자유가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그래도 에브리타임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다른 커뮤니티에 비해 혐오가 적고 정제된 토론이 많은 편이라고 본다”고 했다.

연세대 졸업을 앞둔 김모 씨도 “지금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과 관련해 남녀 갈등 등 사회적 혼란이 심한 상태”라며 “에브리타임에서 일부 누리꾼이 쓰는 표현이 ‘혐오’로 느껴져 불편한 사람이 있다면, 그런 의견은 안 보면 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서 개인 사생활과 표현도 중요한 것”이라며 “이에 대한 규제는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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