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일반
[헤럴드비즈] 과세표준구간의 현실화, 세금의 정상화
뉴스종합| 2021-09-23 11:41

과세표준구간이 오랫동안 꼼짝하지 않는 세금이 많다. 20년이 넘도록 과세표준구간이 동일한 경우도 있다. 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상속세·증여세 등의 세금은 과세표준구간은 과거 10년 이상 거의 변동이 없었다. 이들 세금이 2020년 전체 세수 중에서 82%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납세자의 조세 부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납세자가 소득수준의 변동에 대응해 조세 부담을 질 수 있도록 과세표준구간을 오랫동안 현실화하지 않은 것은 비정상이다.

현행 소득세의 과세표준구간은 2008년에 정해졌고, 동 과세표준구간에 대응한 세율은 2009년 이후 현재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과세표준 1억5000만원 이하의 낮은 소득계층에 속하는 과세표준구간은 한 번도 개정된 바 없다. 즉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의 세율은 8%이고, 1200만원 초과~4600만원 이하의 세율은 17%, 46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는 26%, 8800만원 초과~1억5000만원 이하는 35%다. 12년째 동일하다. 다만 과세표준 1억5000만원을 초과하면 그동안 새로이 4단계의 과세표준구간을 둬 38~45%의 세율로 각각 과세되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은 2020년에 3만1880달러로, 2008년 2만1345달러에 비해 약 50% 상승했다. 이처럼 물가 및 소득수준이 많이 늘었지만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을 장기간 그대로 존치한다면 사실상 증세를 한 것과 같다. 특히 과세표준 1억5000만원 이하에 적용되는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은 12년째 전혀 조정이 없었는데 이로 인해 낮은 소득계층일수록 조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 물론 소득공제 혹은 세액공제 등도 고려해야겠지만 소득세의 세수가 2013년 48조원에서 2020년 98조원으로 2배 이상 늘어난 점에서 국민의 세 부담은 전반적으로 늘어났다.

법인세도 2008년에 설정된 과세표준 2억원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이에 적용되는 세율도 2009년에 10%로 정한 후 지금까지 동일하다. 또한 과세표준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의 과세표준구간은 2012년에 세율을 20%로 설정한 후 지금까지 동일하다. 다만 과세표준 20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새로운 과세표준구간을 신설해 22~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처럼 과세표준구간 2억원 이하에 해당하는 법인세는 오랫동안 과세표준과 세율을 그대로 존치함으로써 낮은 영업성과를 내는 기업일수록 사실상 증세가 된 것을 의미한다. 세율구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대부분은 단일 세율을 채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4단계의 과세표준구간으로 세분해 초과누진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법인세는 소득재분배의 기능이 거의 없음에도, 기업에 세 부담을 늘리고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의 과세표준구간과 세율은 2000년 이후 변동한 적이 전혀 없다. 과세표준 1억원 이하의 경우 세율은 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30억원 이하는 40%, 30억원 초과는 50%인데, 지금까지도 동일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년 이후 지금까지 약 3배 증가했고, 주택 가격은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는 점에서 그동안 상속세 및 증여세에 대해 사실상 증세를 한 것과 같다. 부가가치세는 세율 10%로, 1977년 이후 지금까지 동일하지만 소비세로써 과세표준구간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과세표준과 세율을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하면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늘리는 사실상의 증세가 된다. 물가 및 소득수준의 증가 등을 고려해 과세표준구간과 세율도 현실에 맞게 적시에 조정해줌으로써 세금을 정상화해야 한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전 한국세무학회장

dlc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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