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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최저임금에 전기요금 인상까지...‘엎친데덮친’ 제조中企
뉴스종합| 2021-09-27 11:17

한국전력이 8년만에 단행한 전기요금 인상.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주 52시간제 확대, 최저임금 인상에 이어 전기요금 인상이란 잇단 타격으로 한숨은 비명으로 바뀌고 있다.

제조 중소기업, 특히 뿌리산업 업종에 전기요금 인상은 뼈를 때린다. 특성상 제조원가에서 에너지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타 산업에 비해 크다. 뿌리 중소기업의 제조원가 대비 전기료 비중은 15%에 달한다.

여타 제조 중소기업의 형편도 이보다 낫지는 않다. 중기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제조 중소기업의 88.8%가 전기요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51.3%는 현행 사용량이 꼭 필요한 수준이며 더 이상 절감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표적 뿌리산업 업종인 열처리업계 관계자는 “규모 있는 열처리 기업의 경우 연 매출이 200억원인데, 1년 전기료만 60억~70억원 든다. 3% 오른다 치면 2억원을 더 부담하게 된다”며 “이 돈이면 직원 서너명은 추가 고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 중소기업 단체들은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과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조치 재시행 검토를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기전용 요금제 요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 2019년 김종갑 당시 한전 사장 초청 간담회에서 중기전용 요금제 도입을 요청했지만, 검토되지 않았다.

중기중앙회가 요구한 구체적인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마련 방안으로는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토요일 낮 시간대 중부하요금 대신 경부하요금 적용 ▷전력예비율이 충분한 6월과 11월에 여름·겨울철 피크요금 적용 배제 ▷중소기업 대상 전력산업기반 기금 부담금 인하 등.

전기요금 정책의 칼자루를 쥔 한전은 이런 요청에 신중한 입장이다. 일각에서 제기될 특정 산업, 업종 특혜 논란과 더불어, 전력피크 기간 재설정에 전력 소비량을 감안한 세심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전 측은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중소기업계의 경제적 어려움에 공감한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위한 요금감면, 납기연장 등 다양한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해외에서도 대·중소기업 등 기업유형에 따른 별도의 요금제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특정 대상을 위한 별도요금제를 적용할 경우 고객간 형평성, 공정성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는 중기 전용 요금제가 결코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를 제조업 선진국들과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미국, 일본, 독일 등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의 60~70%에 불과하다. 개별 업체들이 사업장 상황에 맞는 전압 조정을 위해 변전설비과 전력망을 구축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해준 것이다. 국내 산업용 전기요금은 주택용의 97%로, 별 차이가 없다.

제조 중기단체 임원은 “중소기업들이 주로 쓰는 산업용 고압A 전기요금의 단가가 대기업이 사용하는 고압B. C에 비해 17%가량 비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라며 “중기전용 요금제는 특혜가 아닌 이같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 만일 새 요금제 신설이 어렵다면 고압A 전기요금의 단가 조정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훈 기자

igiza7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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