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팀장시각] 가고 싶은 군대 없다지만...도 넘은 병역기피
뉴스종합| 2021-10-12 11:37

저출산에 따른 입영대상자 감소와 복무기간 단축으로 군 병력이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는 양적 군대를 질적 군대로 변화시킨다는 ‘국방개혁 2.0’ 구상에 따라 2017년 61만8000여명에 달했던 총병력을 내년 50만명 수준까지 감축시킨다는 계획이다. 6·25전쟁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문제는 병력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인 군면제 행태는 늘어나고 있는 반면 대책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국정감사 계절을 맞아 국회의원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불법적인 군면제 행태는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다. 일례로 유학과 단기여행, 연수훈련 등을 이유로 해외 장기체류 중 전시근로역 편입 판정을 받은 인원은 462명에 달했다. 전시근로역은 전시에만 소집된다는 점에서 면제와 큰 차이가 없다.

병역면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병역면탈자는 2018년 69명, 2019명 75명, 2020년 69명이었는데 올해는 31명이 적발됐다. 고전적인 고의적 체중 증·감량부터 정신질환 위장, 의도적인 전신 문신 시술, 심지어 자전거 경적과 응원용 에어혼에 귀를 노출해 청력장애를 위장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병역기피자에 대한 대표적인 제재로 꼽히는 정보공개제도는 제 기능을 상실한 형편이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인적사항이 공개된 국외여행 허가의무 위반 병역기피자 553명 중 지난 8월까지 병역 의무를 이행한 인원은 2.5%인 13명에 불과했다. 현역입영 기피, 판정검사 기피, 사회복무 기피 등의 이유로 인적사항이 공개된 744명 중 병역 의무를 이행한 인원도 42.6%인 344명으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눈을 돌려도 마찬가지다. 병역 판정 결과 4등급 사회복무요원을 받았지만 소집 명령을 받지 못한 장기대기로 인한 면제는 2015년 2명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만3331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규정 개정으로 현역병 판정은 줄고 보충역 판정이 늘어난 탓이지만 제도적 허점을 노린 병역회피 사례는 없는지 들여다봐야 할 대목이다.

사실상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북 군사대치 속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징병제를 채택한 대한민국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불법 군면제와 병역면탈 행태의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기도 어렵다.

군은 올해에만 부실급식 논란과 성추행 사건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방부가 ‘지금은 다르다’고 항변했지만 선임의 구타와 폭언, 집단 따돌림 등 가혹행위 끝에 극단적 선택을 했던 해군 일병의 사례가 보여주듯 넷플릭스의 ‘D.P.’가 그린 군내 부조리상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이런 마당에 병장 봉급 99만원, 일일 기본급식비 1만5000원 따위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며 자신의 신념을 적극 개진하는 MZ세대에게 ‘신성한 의무’를 강요할 수는 없다.

굳이 누구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폭력과 전투를 가르치고 배우는 군 특성상 ‘가고 싶은 군대’란 애초부터 성립하기 어려운 문장이다. 그래도 최소한 ‘가서는 안 되는 군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군대’를 만들어서야 되겠는가. 변화의 격랑 속에 도태되지 않으려면 군이 쫓아가는 수밖에 없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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