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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욱 영장 청구 못하고 석방 ‘이례적’...檢 수사 표류 우려 [대장동 의혹 파장]
뉴스종합| 2021-10-20 11:34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경기 수원 경기도청 앞에서 시민단체와 대장동 주민 등이 성남 대장동 게이트 관련 플래카드와 손팻말을 들고 특검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인물인 남욱 변호사를 입국과 동시에 체포하고도 이례적으로 석방하면서 부실 수사 비판이 커지고 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 구속영장 기각 등 악재가 거듭되면서 자칫 수사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20일 0시20분께 남 변호사를 석방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18일 오전 5시께 미국에서 입국한 직후 미리 발부받은 영장에 따라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형사소송법상 체포 피의자를 임시로 구금할 수 있는 시간은 48시간인데, 체포 시한을 약 5시간 남기고 석방한 것이다.

일선의 한 간부급 검사는 “수사 실무상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으면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판단”이라며 “영장 받아서 체포했던 피의자를 돌려보내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남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일단 석방한 것이 불구속 수사 방침이란 뜻은 아니고, 체포 시한 내에 충분히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구속 수사 계획이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를 자신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진 못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남 변호사에 대한 수사가 미진하다는 점을 검찰 스스로 밝힌 셈이다.

검사장을 지낸 한 변호사는 “이런 규모의 사건에서 핵심인물로 꼽히는 피의자를 체포할 정도라면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했어야 하는데 준비가 미흡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에 남 변호사가 여유롭게 응하는 모습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입국 사전 조율에 따른 석방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검찰은 “기획입국설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초 검찰이 남 변호사 신병을 확보하면 이른바 ‘화천대유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고위직 출신 전관 법조인들에 대한 로비 의혹을 비롯해 이 사건 관련 자금 흐름 실체가 어느 정도 밝혀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검찰이 먼저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김만배 씨, 남 변호사의 혐의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남 변호사는 앞서 구속된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 이익의 일부를 주기로 약속한 혐의, 사업 과정에서 특혜를 받아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하지만 남 변호사에 대해 곧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못해 또 한 번 ‘정영학 녹취록’ 외 뚜렷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만 부각된 셈이어서, 실제 뇌물 공여 증거 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수사가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복잡해 보여서 그렇지 직권남용 사건보다 훨씬 뚜렷하게 접근할 수 있는 수사”라며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흐지부지 마무리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를 둘러싼 신뢰성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점도 검찰로선 악재다. 검찰 간부를 지낸 한 변호사는 “바깥에서 보니 수사팀에 강단있게 수사할 거다, 수사 전문가다 할 만한 검사가 보이지 않는다”며 “수사가 난항을 겪는 것도 어느 정도 예상된 일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실제 검찰 내 다수 검사들에 따르면 수사팀 참여를 원하는 검사가 없다고 한다. 아울러 특수수사 경험으로 팀 내 ‘주포’ 역할을 맡던 김익수 부부장검사가 사실상 수사팀에서 빠지게 된 것도 현재 난맥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중앙지검은 김 부부장검사 배제 논란이 일자 다른 사건 처리를 겸하게 된 것일 뿐 수사팀에서 배제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겸하게 된 사건이 수년간 처리되지 않고 있던 ‘KT 쪼개기 후원금 의혹’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장동 사건 핵심인력을 움직일 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게 검사들의 지적이다. 실무진과 지휘부 수사방향 사이 의견 갈등이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일선의 한 검사는 “사건 처리 과정에 이견은 얼마든 있을 수 있지만, 그 ‘전선’이 부부장검사까지 내려왔다는 게 문제”라며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남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일단 접은 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없진 않다. 11월 내 수사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던 수사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란 것이다. 전담 수사팀 구성 이후 줄곧 주요 인물 신병 확보를 지나치게 서두른다는 지적이 많았고, 결국 김만배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혐의 소명 부족’으로 기각됐다. 안대용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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