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노태우 전 대통령 별세, 빛과 그림자 모두 평가받아야
뉴스종합| 2021-10-27 11:34

노태우 전 대통령이 오랜 투병 끝에 26일 향년 89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가 유언을 통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과오에 대해 ‘깊은 용서’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노 전 대통령이 우리 현대사에 미친 영광과 상처를 생각해볼 때 적절히 축약된 소회라 할 만하다. 이제 불귀의 객이 된 만큼 공(功)은 공대로, 과(過)는 과대로 그에 대한 평가는 엄중하고 단호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다시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노 전 대통령은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쿠데타의 핵심 인물이다. 그가 역사에 남긴 씻을 수 없는 최대의 오점이며 그 무엇으로도 덮을 수 없는 과오다. 특히 군사반란과 함께 5·18광주 학살 과정에 적극 동참했다는 점은 엄청난 범죄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 전 대통령이 주도했다고 하나 그 역시 사실상 공범이자 주모자였던 셈이다. 그가 유언을 통해 남긴 ‘용서’도 결국 이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 그는 그 과오에 상응하는 법의 심판을 이미 받았다. 그러나 그게 끝은 아니다. 역사는 분명히 이를 잊지 않고 후세에 그 기록을 남길 것이다.

정치적 과오도 상당하다. 직선제 개헌을 통해 13대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이른바 ‘3당 합당’을 획책해 민의를 정치적으로 왜곡하는 나쁜 선례를 남겼다. 우리 정치가 ‘3류’를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도 이게 그 시발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빛과 그림자는 공존하게 마련이다. 그런 만큼 노 전 대통령도 평가받을 만한 대목이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냉전 해체기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처한, 이른바 ‘북방정책’이 그 대표적 사례다. 당시 적성 국가로 분류되던 옛 소련과 중국,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와 수교했다. 이를 지켜보던 김일성 북한 주석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획기적인 외교적 성과였다. 또 1991년 남북 유엔 동시 가입과 ‘남북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기본합의서’ 채택 역시 안보 분야의 큰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영광도, 오욕도 모두 역사의 한 부분이며 오롯이 우리가 안고 가야 할 것들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이제 역사가 말해줄 것이다. 과만 불거져서도, 공에 인색해서도 안 된다.

머지 않아 물러나는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긴 호흡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냉정한 평가가 가능해지고 역사는 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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