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손인규의 현장에서] ‘위드 긴장감’ 없인 ‘위드 코로나’ 없다
뉴스종합| 2021-11-01 11:27

“우선 2년 동안 못 간 해외여행부터 가야죠. 그리고 못 만났던 친구들과 모임도 하고.... 그동안 미뤘던 일들을 연말까지 하려면 바쁠 것 같네요.”

‘위드 코로나’가 시행되면 어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한 30대 직장인은 방학을 앞둔 학생마냥 상기된 얼굴로 여러 계획을 늘어놨다. 얼굴에서 긴장감은 찾을 수 없었고 기대에 찬 표정만 읽혔다.

‘저렇게 좋을까’ 싶다가도 순간 ‘저렇게 흥분해도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드디어 오늘(11월 1일)부터 ‘위드 코로나’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1일 이후 652일 만에 일상회복의 첫걸음을 내딛는 셈이다.

‘코로나 이전으로의 삶을 회복한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은 마치 100m 달리기 출발선에 선 선수처럼 일상회복으로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의 ‘종식’이 아닌 코로나와의 ‘상존’을 의미한다.

한 감염전문가는 “위드 코로나를 마치 코로나의 종식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심각한 착각”이라며 “코로나는 이제 감기처럼 생각해야 한다. 백신을 맞았더라도 방심하면 금세 바이러스가 침투하고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백신이 없던 전반전이 끝나고 백신이 있는 후반전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후반전으로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위드 코로나라는 연장전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달 29일 위드 코로나 계획 발표와 함께 “이것은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란 점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즉, 위드 코로나 전환과 함께 긴장감이 떨어지면 우리는 다시 거리두기라는 짐을 짊어질 수 있다.

실제 우리보다 먼저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영국은 최근 신규 확진자가 하루 5만명을 넘었다. 싱가포르도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뒤 지난달 27일 신규 확진자가 역대 최다인 5000명을 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위드 코로나 전환 시 하루 확진자가 2만명까지 늘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다.

백신 접종률이 80% 가까이 왔지만 높아진 백신 접종률이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담보하지는 않는다. 코로나 상황이 앞으로 기대대로 잠잠해질지, 5차 대유행과 같은 또 다른 위기로 다가올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또 다른 위기에 처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너무나 분명하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더라도 지금처럼 마스크 착용과 개인위생 수칙 준수 등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면 위드 코로나는 넘지 못할 산이 아닌 우리가 충분히 넘을 수 있는 언덕이 될 수 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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