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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박대결' 박정환, 신진서 꺾고 삼성화재배 생애 첫 우승
엔터테인먼트| 2021-11-03 15:58
우승트로피에 입 맞추는 박정환 9단.[한국기원 제공]

[헤럴드경제=김성진 기자] 박정환(28) 9단이 신진서(21) 9단과의 '형제대결'에서 승리하며 생애 첫 삼성화재배 우승을 달성했다. 2년 연속 결승에 올랐던 신진서는 또 다시 고배를 마시며 첫 우승의 기회를 다음으로 미루게 됐다.

박정환은 3일 성동구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인터넷 대국으로 치러진 제2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3번기 최종 3국에서 초반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지켜낸 끝에 166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결승을 앞두고 세계대회 16연승을 달리고 있던 신진서가 다소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박정환은 1국을 내주고 막다른 골목에 몰린 어려운 상황에서 내리 두판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유독 한국선수들이 고전해온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선수들이 6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이번에 박정환이 정상에 오르며 7년만에 우승컵을 찾아왔다. 박정환은 우승상금 3억원, 신진서는 1억원을 받는다.

우승한 박정환 9단(오른쪽)과 준우승한 신진서 9단.[한국기원 제공]

이로써 박정환은 2011년 후지쓰배, 2015년 LG배, 2018년 몽백합배, 2019년 춘란배에 이어 개인 통산 5번째 세계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국내외 대회를 망라할 경우 32번째 우승이다.

박정환의 이번 우승은 최근 신진서와 만나 치른 6차례의 번기 승부에서 모두 패한 뒤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더욱 뜻 깊었다. 게다가 1국을 내준 상황이라 심리적으로 부담이 컸지만 이를 과감하고 공격적인 내용의 바둑으로 극복했다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박정환은 이날 좌상귀에서 시작된 초반 접전에서 귀를 도려내며 우세를 잡았다. 주도권을 빼앗긴 신진서는 중앙을 경영하려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역전이 어렵다고 보고 상변 백대마 포획에 모든 걸 걸었다.

하지만 박정환은 흑 포위망의 허점을 찌르고 나오며 탈출에 성공했고, 결국 잡는 수가 없다고 본 신진서가 돌을 거뒀다.

박정환은 결승에 오르기까지도 여러차례 고비를 겪었다.

특히 미위팅과의 16강, 렌샤오와의 8강, 자오천위와의 준결승 모두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끈질기게 상대 빈틈을 파고들어 승리를 거둔 바 있다.

박정환은 대국이 끝난 뒤 “전혀 생각 못했던 뜻밖의 우승이다. 32강부터 한 계단씩 올라올 때마다 어려운 바둑 이겨서 운이 따른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결승도 그랬던 것 같다”며 겸소해했다.

특히 현 세계최강으로 불리는 신진서를 이긴 것에 대해 “힘든 승부로 예상하긴 했는데 1국을 무기력하게 져서 2-0으로 허무하게 지는 거 아닌가 상심했다. 1국에서 진 뒤 허탈해서 잠을 잘 못잤지만 2국을 어떻게 이겨야하나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정환은 또 다가올 세계대회에 대해 “LG배 8강에서 커제와 두게되는데 많이 어려울 것이다. 한국선수들이 많이 있으니 응원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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