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유권자, 통일·이념보다 일자리·경제 [내년 대권 약식보고서1]
뉴스종합| 2021-11-04 11:15

대부분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로 우리 사회의 인구구성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유권자의 정치·사회 의식도 근본적으로 변화했다.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은 줄어들고, 좌우 이데올로기의 규정력은 약해졌다.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통일·이념에서 일자리·경제로 전환되는 경향이 각종 조사 지표에서 확인된다. 이러한 흐름이 내년 대선에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먼저 눈에 띄는 세대 간 인식차는 ‘민족화해’를 바탕으로 했던 통일에 대한 인식이다. 지난달 5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이 공개한 ‘2021 통일의식 조사’에서 통일의 필요성에 공감한 만 19세 이상 29세 이하 응답자의 비율은 27.8%, 30대 응답자의 비율은 40.9%였다. 40대는 46.5%, 50대는 46.9%, 60대 이상은 56.4%였다. 통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젊을수록 일관되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대는,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가 포함된 60대 이상의 절반 이하였다. 30대와 비교해서도 통일 필요성에 공감하는 20대가 눈에 띄게 적은 것은 이들의 부모들도 전쟁을 겪지 않은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MZ세대(20~30대)와 X세대(40대), 586세대(50~60대)의 인식 차이는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과거 지난 2018년 2월 여론조사기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 민주연구원의 의뢰(성인남녀 1014명 대상·전화면접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로 진행한 남북관계 인식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응답자의 50.3%는 여자 아이스하키팀의 남북한 단일팀 구성에 반대했다. 연령별로는 20대(56.5%)가 가장 크게 반대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조사(KSOI) 소장은 “당시 MZ세대는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문제를 공정 문제로 인식했다”며 “그간 여론조사의 흐름을 살펴보면 MZ세대는 상대적으로 공정 및 평등한 기회 등의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계층 사다리 복원’ 및 ‘소득 불균형 해소방법’ 등 우리 사회 불평등 해소에 대한 입장도 세대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KSOI가 TBS의 의뢰로 지난달 15~16일 이틀간 실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남녀 1003명·무선ARS·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50대는 소득재분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 응답자 비중이 25.5%를 차지한 반면,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 응답자는 12.9%에 그쳤다. 대신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의 26.4%는 고용 안정성 강화를 중요 변수로 꼽았다.

2022년 대선의 ‘시대정신’을 바라보는 인식도 다르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9월 KSOI에 의뢰해 ‘차기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를 물은 결과 2030세대의 경우 3분의 1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본 반면, 4050세대는 권력기관 개혁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언급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KSOI,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586세대와 MZ세대의 정치적 성향과 태도를 부분하는 요인이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자신의 저서 ‘한국의 선거정치 2010-2020: 천안함 사건에서 코로나 사태까지’에서 안보정책과 경제 정책에서 세대별 이념 집단별 정책 이견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4050세대는 국가보안법이나 개성공단과 같은 이념·통일에 대한 입장에 따라 자신의 정치 성향(진보 또는 보수)을 구분하는 반면, 2030세대는 복지정책이나 재정·세제정책에 따라 자신의 정치성향을 구분하는 하는 경향성이 확인된 것이다.

강 교수는 경제정책에 따라 이념적 태도가 달라지는 2030대의 경향에 대해 “다른 세대와도 구분되는 특성”이라며 “경제정책, 분배정책, 조세정책 등에서 특히 젊은 세대 간 이념적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저서에서 밝혔다. 문재연 기자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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