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당정 재난지원금 갈등...관권선거 여지 남기지 않도록
뉴스종합| 2021-11-04 11:27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금을 놓고 정부와 여당 간 충돌이 표면화되고 있다. 급기야 김부겸 총리 입에서 “주머니를 막 뒤지면 돈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는 바짝 날이 선 말까지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가 3일 선거대책위 회의에서도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문제를 적극 추진을 당부드린다”는 거듭된 주장을 하자 거부 의사를 밝힌 셈이다. 민주당으로선 국민적 합의는 고사하고 당 내부 입장 정리도 미처 안 된 상태지만 대선 후보의 언급을 외면할 수 없는 일이다. 선대위 회의 후 당 대변인이 “대선 전에도 정부와 국회가 합의하면 가능하다”며 지원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김 총리의 언급은 청와대와 어느 정도 조율이 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불거지고 있는 당정 갈등이 자칫 신구 권력 간 마찰로 이어질 공산마저 커지고 있다.

이 후보의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 주장은 현 상황에서 적절하지 않다. 나라곳간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설령 다소 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코로나 피해 업종 등에 선별 지원하는 것이 맞다. 무엇보다 대선을 앞두고 정부가 이 후보의 주장에 동의한다면 사실상 관권선거이고 금권선거가 될 수 있다. 김 총리가 이 후보 주장에 분명한 선을 그은 것은 당연한 정부의 책무다.

정부는 어느 선거든 엄격한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관권선거의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은 듯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공약 발굴을 지시한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 우선 그렇다. 선관위는 박 차관이 지난 8월 부내 회의에서 ‘공약으로 괜찮은 어젠다를 제출하라’는 내용의 주문을 한 것이 공무원 선거 중립 의무 및 선거 관여 금지 규정을 어겼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가족부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고 야당은 강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니 야당에서 선거 중립 내각 구성을 주장하는 것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이 박 차관 논란과 관련해 “재발하면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 총리는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강조하는 서한을 모든 공직자에게 발송했다.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지자 부랴부랴 뒷북 수습을 하는 모양새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툭 하면 관권선거 논란이 빚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민주주의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김 총리의 언급처럼 오해가 있더라도 민감한 시기에 논란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적절한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 관권선거 우려는 반드시 불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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