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포커스] 여론이 왜 이래?
뉴스종합| 2021-11-05 11:24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정당과 후보의 지지율에서부터 선거 판세에 관한 예측성 여론을 소개하는 기사도 빈번하다. 최근에는 국민적 관심사인 대장동 특혜 비리 의혹과 특검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도 눈에 띈다. 지난해 4월 총선의 경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등록된 80여개의 조사업체에서 수행한 여론조사만 해도 1400여건이나 됐고, 그 결과 대부분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내년 대선에서도 수천건의 여론조사가 이어질 것이다. 바야흐로 여론조사 전성시대다.

그런데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역대 대선이나 총선에서 판세에 관련된 조사의 경우 실제 투표 결과와 지나치게 다를 때가 다반사였다. 2012년에 치러진 19대 총선의 경우 갤럽조사 등 많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당시 야권(민주통합당+통합진보당)의 대승을 전망했지만 선거 결과는 정반대였다. 그 이전의 16대(2000년)와 17대(2004년) 총선에서도 여론조사 판세 예측이 실패로 귀결된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더불어 편파적 표집이나 부적절한 설문 사례, 그리고 방송의 여론 조작 보도 등에 대해 여심위에서조차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며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거나 과태료를 처분하는 일까지 빈발했다. 실제로 지난해 총선에서는 공영방송에서 “총선에서 자기반성 없이 정부의 발목만 잡는 보수 야당에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에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누가 봐도 편향된 질문이 포함된 여론조사와 보도로 선관위로부터 주의받기도 했다. 또한 당시에 여론조사 업체의 불법행위가 난무해 무려 117건이나 형사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내년 3월 9일로 예정된 대선과 보궐선거, 그리고 6월 1일의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그러한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7월 모 여론조사기관 대표가 자신의 SNS에서 “(모 정당 후보가) 너무 빨리 무너지면 재미없다”며 정치적 편향성을 보여 조사의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또 다른 조사업체에서는 특정 후보 지지율이 지속해서 높게 나오던 정기 여론조사를 갑자기 중단해 그 배경을 두고 공정성 시비가 일기도 했다.

이번에도 선거가 임박해지면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 시비가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수익성 위주의 부실한 여론조사업체의 난립과 저품질의 자동응답방식(ARS)의 범람, 낮은 응답률과 표본 수 등 그동안 지적됐던 여러 문제점이 여전히 미해결 상태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총선에서 실재했던 특정 조사업체와 방송의 노골적인 여론조작 행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여론조사는 국민이 선거 판세 등에 관한 여론의 동향을 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다. 그러기에 신뢰성과 공정성 확보가 정말 중요하다. 무엇보다 해당 여론조사업체 스스로 조사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하며, 행여나 이들의 의도적·편향적 여론 조작 시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여심위에서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 우리 시민 개개인도 민주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여론조사에 적극 임하되, 상식을 벗어난 질문에는 일침을 가함으로써 여론조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워치독’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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