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대위 구성 ‘파열음’…측근 포함이냐 전면 개편이냐
“선대위 신경전, 대권·당권·공천권 둘러싼 전초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힘이 ‘본선 모드’에 돌입했지만, 정작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당 내 신경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다. 기존 경선캠프를 확대 개편하겠다는 윤석열 대선후보와 캠프의 해체수준 개편을 요구하는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사이 신경전이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하는 양상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선대위 구성 신경전이 향후 대권, 당권,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둘러싼 보수 진영 내부 권력투쟁의 ‘전초전’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만약 정권교체에 성공할 경우 통상 캠프 및 선대위 인사들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청와대까지 이어지는 만큼 이번 선대위 구성을 계기로 보수정당의 주류세력 교체 가능성까지도 점쳐진다.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원톱’ 선대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김 전 위원장은 ‘자리사냥꾼’이라는 표현까지 동원하며 윤 후보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또, 윤 후보의 일부 측근을 선대위에서 배제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위원장은 앞서 “지금의 캠프가 자신을 후보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책무감을 바탕으로 이 캠프를 갖고 대선을 치를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 (본선에서) 매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노태우 전 대통령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
이 대표도 윤 후보 캠프의 불특정 인사들을 ‘하이에나’, ‘파리떼’ 등으로 지칭하며 김 전 위원장의 의견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윤 후보 선출 이후 잇따르는 ‘2030 탈당 러시’를 폄하하려는 윤 후보측 인사들과 기싸움을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측이) 대선 콘셉트를 조직선거로 잡고, 수백만장 임명장 뿌리겠다는 발상을 대놓고 익명 인터뷰로 들이밀기 시작한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윤 후보측 인사가 언론에 ”대선은 선대위 임명장을 수백만장 주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고 언급한데 대한 비판이다.
반면, 윤 후보는 ‘당 중심 선거’를 강조하면서도 기존의 측근, 캠프인사를 주축으로 선대위를 확대하겠다는 의중이다. 다만, 윤 후보의 기존 경선캠프는 참모만 300명에 달하는 ‘매머드급’ 캠프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앞으로 대권, 당권, 지방선거 공천권이라는 세 가지 큰 권력이 있다”며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이 대표 모두 지금 주도권을 일찍 잡아야 이후 모든 국면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금의 선대위 구성 갈등은 보수정당 내 기득권, 주도권 다툼”이라며 “촛불혁명도 거쳤고 적폐청산 과정도 거친 마당에 과거의 보수정당의 잔류세력이 또다시 기득권 세력이 된다면 누가 표를 주겠나. 김 전 위원장이나 이 대표는 2030 탈당 등의 상황에서 기존 캠프로는 본선에서 힘들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도 “윤 후보가 당심에선 이겼지만 민심에서는 진만큼, 무조건 경선에 이긴 효율적인 캠프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조언을 받아들여 선대위에 중도성향, 탈진보 성향의 인사들까지 충원하면 중도확장성까지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차도살인지계(남의 칼을 빌려 상대를 제거하려는 전략)’를 쓰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윤 후보로서는 ‘한 번 내 사람이 되면 끝까지 함께 간다’는 ‘큰형님’ 이미지를 버리지 않으면서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손을 빌어 캠프를 정리할 수 있는 기회라는 분석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 후보가 선출됐지만 아직 당 사정도 어둡고 정치초년생인 만큼 김 전 위원장과 이 대표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윤석열, 김종인, 이준석의 공통 관심사가 시대교체인 만큼, 이를 고리로 세 사람이 의기투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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