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최악 사태만 모면했을 뿐 제2, 제3 요소수 사태는 상존
뉴스종합| 2021-11-11 11:46

중국이 우리 기업들과 가계약했던 요소 1만 8700t 수출 절차를 다시 진행하고 있다고 정부가 밝혔다. 이르면 이달 말부터 해당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런 정도로는 근본 문제가 해소되지는 않는다. 이를 전부 자동차용으로 쓴다 해도 석 달을 버티지 못한다. 상황은 여전히 살얼음판이란 얘기다. 하지만 물류대란 직전 상황까지 몰렸던 품귀 사태의 급한 불은 일단 끄게 된 건 다행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의 교훈을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무엇보다 전략물자의 지나친 중국 의존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거듭 확인했을 것이다. 요소는 필요물량 대부분을 중국에서 들여오는데 경제적 비중은 극히 미미하다. 우리나라가 올 들어 9월까지 중국에서 수입한 요소는 차량과 산업용을 모두 합쳐 1억2000만달러 정도다. 같은 기간 총 수입액의 0.0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이게 막히자 물류를 포함한 산업 전 분야가 마비되고 심지어 교통과 쓰레기 등 생활대란 직전까지 몰렸다. 과도한 특정 국가 자원 의존의 대가는 이토록 참혹하다.

문제는 이런 품목이 한둘이 아니라는 데 있다. 올해 3분기까지의 수입품목 1만2586개 가운데 중국 비중이 80% 이상인 품목이 1850개다. 벌써 ‘요소수에 다음 자원대란은 마그네슘’이란 지적이 나온다. 중국이 기침만 해도 우리는 늘 독감을 앓아야 할 판이다. 제2, 제3 요소수 사태는 언제나 유효하다는 의미다. 중국 자원 의존이 높은 것은 채산성을 이유로 국내 기업이 생산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전략물자로 판단되면 금융 세제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일정 부분 국내 생산시설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안이하고 무능한 상황 판단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이 요소 수출을 통제했고 현장에선 ‘대란’의 조짐이 우려됐다. 그러나 정부는 내내 뒷짐을 지고 있다 요소수 가격이 10배 폭등하고 그나마 물량이 달려 물류대란으로 번지고 나서야 범정부 대책반을 가동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더 황당한 것은 정부 당국자들의 무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요소가 아닌 ‘요소비료’ 정도의 문제로 생각했다니, 기가 막힌다. 해당 부처인 산업부조차 ‘주요 관리품목’이 아니어서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그런데도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서 ”정부가 지난주부터 굉장히 빨리 움직여 대응을 잘했다며 자평을 했다. 상황이 조금 나아졌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요소수 구매난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정부가 자랑할 때가 아니라 반성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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