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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답”…도로 하나 사이 엇갈린 재개발 [정부-지자체 엇박자 도시재생]
부동산| 2021-11-17 11:09
공공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서울 양천구 신월7동 2구역 일대 빌라촌의 모습. [헤럴드경제DB]

“공공재개발 탈락이 오히려 잘 된 일이죠. 민간 개발로 진행하는 걸 주민들도 더 좋아합니다. 워낙 낙후된 지역인데 동의율도 신청지 중에서 가장 높아서 기대가 큽니다.” (서울 양천구 신월7동 1구역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사업성이 낮은 우리 구역에는 공공재개발이 답입니다. 민간 개발은 어려워요. 700세대를 임대주택으로 주더라도 용적률을 많이 받는 게 훨씬 낫죠.” (신월7동 2구역 공공재개발 준비위원회 송상열 위원장)

최근 기자가 찾은 양천구 신월7동 빌라촌 일대에는 그야말로 ‘재개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토지주들은 “재개발이 꼭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이들의 재개발 염원은 하나였다.

그러나 이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공공재개발을, 다른 한쪽은 민간재개발을 추진하고 있었고 구역별 분위기는 미묘하게 달랐다.

일찌감치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된 2구역은 지난 8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사업시행 약정을 체결하고 최근 정비계획 수립용역에 착수하는 등 차근차근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반면 공공재개발 공모에서 탈락했던 1구역은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에 도전장을 던졌다. 후보지 선정 여부는 지켜봐야 하지만 양천구에서 3곳만이 공모에 접수했고 높은 노후도에 주민동의율도 75.7%로 공모지 102곳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선정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1구역을 중심으로는 공공재개발 탈락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고 보는 분위기가 상당했다. 공공보다는 민간이 좋지 않겠느냐는 토지주의 이야기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한 60대 여성은 “(공공재개발이) 빨리 된다고 해서 좋았는데 오세훈 시장이 기간도 확 줄여준다고 하니 민간이 개발하는 게 더 좋은 것 아니냐”며 “빨리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구역 관계자들은 서울시가 최근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높이 제한을 풀어주기로 한 만큼 공공재개발의 인센티브 없이도 사업성 확보가 기대된다고 봤다.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가 없지만 기부채납도 그만큼 하지 않아도 될 테니 수지타산이 맞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또한 인허가 기간 단축으로 공공재개발의 가장 큰 강점인 신속성까지 민간재개발이 갖추게 됐다고 이들은 봤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토지주들은 기본적으로 민간 개발을 선호하는데 기간까지 줄어들게 됐으니 공공재개발의 메리트는 사실상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면서 “길 건너 2구역도 신속통합기획이 빨리 나왔더라면 민간 개발로 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2구역 측은 공공재개발이어야 성공적인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신속통합기획이 기간 단축 면에서는 비슷할지 몰라도 용적률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2구역을 포함한 공공재개발 후보지들은 대부분 사업성이 낮아 민간 개발이 어렵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2구역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용적률 완화는 물론 기반시설 확충 등에서도 이점이 있어 사업성이 떨어지는 우리 구역에는 공공재개발이 가장 적합하다”며 “주민동의율 80%를 확보했고 일정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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